ㅇㅇ가 오늘 퇴사 의사를 전했다. 퇴근하고 면접을 봤는데 IT 회사 QA팀에 신입으로 붙었고, 11월 5일부터 출근이란다. 이미 가겠다고 답까지 해 놓은 상태라 잡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퍼블리싱은 아무리 강의를 찾아봐도 더 배울 게 없고, QA를 해 보니 적성에 맞는데 출판사에서는 그 직무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거기에 옆 팀과의 관계가 계속 신경 쓰여서 스스로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고, 조만간 결혼도 할 것 같아서 옮길 거면 결혼 전에 옮기는 게 낫겠다고 했다. 다 듣고 나니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안 잡았다. 갈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가는 거면 가는 게 맞다.
근데 화는 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로 ㅇㅇ가 나가는데, 그 공백은 결국 내가 메워야 한다. ㅅㅇ에 이어 두 번째 결원이다. 오후에 OK 부장, 본부장이랑 얘기했는데 기획자를 뽑을 의사는 있다고 하니 일단 그거 하나 붙잡고 간다. 마지막 출근은 10월 30일로 정리했다.
저녁에 혼자 생각하다가 내가 ㅇㅇ한테 더 해 줄 수 있는 게 있었을까 싶었다. 생각해 보니 관계 문제를 상담해 주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ㅇㅇ는 스스로의 기준이 엄격한 사람인데, 그 심리를 봐주는 게 팀장 역할은 아니잖아. 나는 그런 걸 못 한다. 나도 사람 관계가 힘들고 스몰토크가 제일 힘들다. 4년은 쌓여야 편해진다. OK 부장처럼.
변명을 하자면, 아니 공치사를 하자면, ㅇㅇ가 입사 초반에 겪은 일을 처리한 건 나다. 가해자 분리하고, 익명 보장하고, ㅇㅇ가 원하는 대로 처리했다. 그때 비슷한 건이 두 건 더 있었는데 그것도 같이 처리했다. 팀장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갑자기 면담이 줄줄이 들어와서 진짜 힘들었다. 난 할 만큼 했다.
그리고 ㅇㅇ가 QA로 가는 것도, 퍼블리싱에서 막혀 있을 때 내가 QA를 맡겨서 그 여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거 하면서 적성을 찾았고 자격증도 땄으니까.
좀 뿌듯해해도 되지 않나.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안 그러면 너무 스트레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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