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덕질 시작하기 전에는 영상만 찾아 보더라도 재미있고 행복했는데, 문빈 생일 카페 도는 기점으로 오프 덕질의 재미를 알아버려서 이제는 방구석 덕질이 다소 심심하다. 비록 그 순간만 즐겁더라도 언박싱이라도 해야 즐겁고, 어디라도 가서 뭘 구경이라도 해야 좋은데, 방구석에서 영상만 보려니 뭔가 허전함을 채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영상을 안 보냐? 그럴리가. 거의 스트리밍 수준으로 틀어놓는다.)
드문드문 단톡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ㅇㅅ나 ㄱㄴ와도 개인톡을 해서 감정을 해소한다. 그럼에도 오늘, 또는 이번 주 목표는 여기닷! 하고 계획잡고 지냈던 지난 석 달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거 없이 그냥 현생만 열심히 살면서 진진이 뮤지컬 티켓팅 오픈만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설마 이것도 예매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어디서 예매하나? 인터파크에서 안 하면 곤란한데. 나 인터파크 외에 다른 플랫폼이 익숙하지 않아서 버벅일 것 같은데…
입덕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돌과 팬과의 관계를 제3자의 입장에서 분석하듯 글을 썼는데 이제는 동생에게 아스트로 얘기 하면서 “우리 애들”이라고 칭한다고 동생이 놀린다. 솔직히 문빈에게는 우리 빈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근데 아스트로 전체를 또는 진진이 산하를 부를 땐 앞에 우리라는 말이 붙는다. 그만큼 내적 친밀감이 많이 쌓였다. 반면 문빈은 아이돌스러움이 더 짙아졌다. 영악하고 밀당하고 속내를 다 표현하지 않는 조숙한 아이. 전에는 그게 팬과 아이돌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여겼는데 빈이를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그 모습에 서운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빈이가 산하처럼 그렇게 다정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빈이는 빈이만의 매력이 있는 거니까. 감정의 불균형이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서도 내가 거기 당할 줄은 몰랐다고나 할까. 덕질 한번 제대로 빠졌다.
덕질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가 아닌 감정적으로 많이 버겁다. 지난 번에 신앙과 덕질 사이에서 언급했던 일대일 관계가 될 수 없는 아이돌-팬 관계에서 오는 불균형 때문일 것이다. 정보/소통의 불균형,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의 불균형.
나와 동질감을 느끼던 아이돌이 내가 원치 않는 결정을 내렸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허탈함, 속상함이 이 정도인데 훗날 내가 동경하는 빈이가 실망스러운 결정을 할 때 난 어떻게 느낄까. 빈이가 25살 문빈과 아이돌 문빈을 분리하듯 나도 분리를 해야 한다. 어차피 우상은 우상일 뿐이라고 되뇌어오며 덕질하는데 의외로 너무 빠르게 과몰입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특히 내 어릴 적과 너무 연관 지어 그들을 응원하는 거 아닌가 싶다.
버거움
이 글을 쓴게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나는 과몰입에 들어선 듯하다. 동시에 정보의 불균형에서 오는 오해도 쌓여갔다. 내가 바라던, 착각한 빈이는 이러이러한 모습인데 의외의 모습을,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아닌 걸 보면서 잠시 마음이 식어가기도 했다. 덕질 초반 나의 진단이 맞았다. 덕질의 끝은 나라는 거. 빈이를 보면서 내가 동경했던 모습을 좋아한 거라고.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거라고. 만약 내가 여전히 어린 사춘기 학생이었다면 빈이가 자라는대로 성장하는대로 변하는대로 나도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를 텐데, 늙은이는 이미 자아 형성이 다 되어서 그렇게까지 변하고 싶지 않다. 마음 다잡고 성숙해져 가는 빈이를 기특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겠다. ㅇㅅ와 얘기한 대로 난 여섯 명의 성장기와 그들의 인성에 더 반한 거니까. 열정과 인성이 묻어나는 활동에 반한 거니까. 그렇게 성숙하고 열심히 살지 못했던 내 지난 날에 후회를 담아 좋아하는 거니까.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내가 오프 덕질에 집착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어떤 형태로든 난 아스트로를 응원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좋아져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다시 조금 나를 떼어놓고 바라봐야 겠다. 좀 더 오래 지치지 않고 좋아하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래도 사람이 예의가 있지, 차은우 생일 카페 한 군데 정도는 다녀와야 겠다. 다른 애들 다 가주고 은우는 안 가주면 섭섭할 거 아니야. (은우 말고 내가 말야) 물론, 사진전 간다고 엄청 애쓰긴 했지만 사진전은 예외라고. 이렇게 오프 핑계거리 하나 찾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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