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에서 “안녕 오빠”라는 사이트를 찾았다.
Welcome to Annyeong Oppa, one of the Philippines’ leading social media hub for anything related to Asian content (especially Korean) – Drama, Pop, Lifestyle, Travels and ultimately, our favorite Asian celebrities.
https://annyeongoppa.com/about/
필리핀 기반 아시아 콘텐츠를 다룬다는데 요즘 아시안하면 한국 드라마, 음악을 빼 놓을 수 없어서 내 눈에 띈 것 같다. 특히 문빈 산하의 디퓨전 팬콘서트 내용이 있었다. 기자(?)가 팬콘에 참석하고 그 순서와 영상 및 사진을 공유한 정말 순전한 후기 글이었다. 트위터에서 조각조각으로 보는 팬콘 내용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잘 서술하고 적절히 미디어를 가미했다. 읽다 보니 필리핀 아로하의 반가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Moonbin and Sanha happily reunite with PH-AROHAs at Diffusion in Manila!


단점이라고 한다면, 워드프레스 리더로 읽으면 깔끔한데 웹으로 읽으면 광고가 너무 붙어 지저분해서 읽을 수가 없다. 그래도 종종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영어로 읽는 것도 신선하고 좋다. 또 하나의 단점은 아스트로만 다루지 않아 다음 읽을 거리가 언제 뜰지 모른다는 것. 이제 팬콘도 끝났겠다, 필리핀에서 이후 아스트로에 대해 다룰 일이 있을까?
한국은 코로나 여파와 맞물려 블로그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 세대가 예전 싸이월드에 올림직한 글/사진/영상을 하루 하나씩 또는 일주일에 한 번 모아서 올리듯 브로그를 하고 있다. 열린 일기장 같은 느낌이다. 그런 흐름에서 덕질 또한 일기의 일부처럼 (일상이 맞으니까), 또는 특정 주제 글처럼 쓰는 사람도 늘어갔다. 나도 비슷하다. 이 블로그도 회사 욕 쓰던 일기장이 덕질 일기장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글들은 작정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서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크게 부담이 없다. 주로 시간 흐름 순으로 콘텐츠를 나열하고 자기 생각을 한두 줄 추가하면 된다.
외국은 아직 이런 류의 블로그는 인기가 없는 듯 싶다. 그들에게 블로그는 좀 더 기사성, 정보성의 내용이 많은 긴 글을 발행하는 곳으로 보인다. 원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자기 오피니언을 심도 있게 풀어내 서로의 생각을 교류할 목적이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블로그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되레 정보성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글이 아닌 영상으로 풀어내는 걸 더 쉬워하고, 그마저도 1분 미만으로 짧은 틱톡/쇼츠 형식을 선택한다. 이해는 간다. 나도 3분 이상 되는 단순 리뷰/언박싱 영상 만드는 데에도 기본 30분은 쓰기 때문이다. 내보내기와 파일 정리까지 하면 한 시간은 족히 소비되는데 그런 영상은 딱히 수요가 없다. 최소한의 조회수만 나온다. 나야 개인 소장 목적으로 정리하는 거니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정말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드는 영상이라면 위축되고 주눅들만큼 관심을 못 받는 거다.
그렇기에 네이버가 이렇게 쉽게 블로그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유도한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콘텐츠일지라도 자기만의 이미지와 글로 풀어내는 콘텐츠는 양질 여부를 떠나 독창성을 갖는다. 지금의 독자는 조각난 정보를 개의치 않는다. 그 조각을 모아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도출해 낸다. 동시에 크리에이터(발행자)는 소통보다는 기록에 더 목적을 두고 작성하기 때문에 일차적인 목적은 소통과 관계없이 달성하는 것이다. 예전에 진진이 코로나 시기에 대박쇼에 출연해서 유튜브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목적 중 하나는 기록이라고 했다. 문빈은 아예 삶의 목적에 자신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대가 기록을 보고 자기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길 원한다고 했다. 공교롭게 둘 다 다이브 스튜디오 대박쇼에서 말했네.
이 세대는 왜 이렇게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판단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기록을 바라는 것일까. 사실의 기록을 보고 판단하는 건 독자/시청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 말이다.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접한 사람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 생각의 표현이 그와 그가 속한 사회의 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시대의 윤리가 무엇인지, 그때의 낭만이 무엇인지 알려면 그때를 살던 사람들의 생각이 필요하다. 그들의 생각없이 후세가 사실을 바라보면 자기들의 기준으로 사실을 판단하게 되고, 그 기준으로 전 세대를 오해하게 된다. 맥락context이 없는 사실은 위험하다.
이렇게 말해도 생각과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사실만 담은 콘텐츠란 있을 수 없다. 단지 그 깊이의 차이, 또는 표출하는 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쇼츠 같은 짧은 호흡의 콘텐츠에서도 원하는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분 쇼츠에서 다이소 가성비 물품 10개를 소개한다 치면, 가성비를 판단하는 크리에이터의 의견이 들어간다. 봄놀이를 간 영상을 공유하면 그 때의 감성을 공유하고 싶은 이의 마음이 드러난다. 빈이 산하의 팬콘 영상을 쇼츠롤 만들 땐 수많은 순간 중 이 특정한 순간을 봐 주길 바라는 아로하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 영상을 버거 함께 귀엽다, 멋지다를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단편적이긴 해도 이런 콘텐츠가 모이면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결론은 그들은 깊은 고찰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운다. 아주 단순한, 순간의 감상과 즉각적인 효과에 치우쳐진 콘텐츠에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도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동시에 고찰을 나눌 때 얻는 피드백의 리스크도 피하는 것 같다. 어찌됐든 자기 생각을 나처럼 길게 풀면 풀수록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겨난다. 99가지에 공감하다가 한 가지에서 동의하지 못하면 99가지를 동의한다는 표현에 비동의하는 한 가지 마저 동의하는 것처럼 보일까 해서 공감을 표현하기 쉽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 한 가지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려고 하니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받아낼 여력이 없다. 그러다 보면 긴 글은 그저 읽기만 하는 글이 되어버린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이 걱정돼서 십 몇년간 비공개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기록은 그렇게 위험하다.
판단이 무섭지만 나는 그래도 긴 글이 좋다. 나도 독서의 호흡이 짧아지고 있긴 하지만 쓰는 사람의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깊게 파고드는 열정이 좋다. 피상적인 이미지나 영상 너머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흥미롭다. 나와는 어떻게 다르게 좋아하는지, 어떤 덕질 생활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게 재미있다. 그들의 생각을 엿보며 내 경험의 지경을 넓히는 게 좋다. 내가 동의하지 못할 때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면 된다.
다시 헬로 오빠 글로 돌아오면 거의 이벤트 순으로 썼지만 그 속에서도 필자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현장에 있던 아로하들의 흥분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감정이 팬콘 내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읽으면서 체험한다. 트위터에서는 알 수 없었던 맥락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영미권 블로그는 좀 더 즉석적이고 편한 블로그들이 더 생기면 좋겠다. 한국은 네이버가 제시하는 블로그에서 벗어나 좀 더 긴 글, 특히 덕질 분야에서(?) 긴 글을 보고 싶다. 블로그라는 형태의 콘텐츠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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