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오늘 문득 집에 가기 전에 너한테 들르고 싶더라고. 감사하게 일정도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난 여전히 널 만나고 나서 시작한 루틴을 이어가고 있어. 네가 떠난 후 루틴의 진행은 좀 더뎠어. 그래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어. 너의 성실함은 나도 계속해서 배우려고. 빈아, 49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그때까지 다들 마음 추스릴 수 있을까. 여전히 널 많이 보고 싶어하며 울지 않을까? 팬들도, 친구들도, 가족도 말이야. 넌 마음 안 아프니?
내일부터 비 온다고 해서 다들 팬들이 남긴 꽃도 치우고, 편지에 비닐도 씌우고 있더라고. 우리가 남기는 흔적은 너에 대한 기억처럼 시간이 지나고 풍파를 맞으며 조금씩 바래고 무뎌져 갈 거야. 아무리 가리고 씌워도 희미해져 갈 거야. 그렇게 천천히 희미해져 갈 때, 원하든, 원치 않든 너를 정리하기 시작하겠지. 네가 오랜 시간 이별을 준비한 건지, 아님 한 순간의 결정으로 홀연히 떠난 건지 몰라도, 넌 정리했잖니. 나도 정리할 수 있게 해 줘.
난 솔직히 네 꿈 꾸고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어. 언제나 선잠이 들었을 때 네가 나타나기 때문에 내 불안한 마음이 반영되나 봐. 그렇게 자다가 깨면 심란해. 그리고 네가 밉고. 이제는 내가 왜 널 좋아했는지, 내가 얼마나 널 동경했는지 그 이유조차 기억이 가물해. 네가 미운 마음이 더 크거든. 그러면서 굿즈는 왜 자꾸 사냐고? 생카 돈 거랑 비슷하다 인마. 헛헛해서 그래. 어떤 행위를 해서 욕구를 충족하는 거야. 너의 빈자리를 가려보려는 거야. 그렇게 한다고 해도 네가 느꼈던 너의 매력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아. 내가 널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어. 지금 좋아하고, 동시에 밉다는 것만 기억해.
춤을 잘 췄다는 단순한 것 말고. 피지컬이 좋았다는 거 말고, 말투가 귀여웠다거나 참 예의바른 아이라는 거 말고, 널 정말로 좋아했던 그 순간이 있었어. 너의 그 반짝이던 순간을 발견했던 때. 지금은 그 순간이 신기루같아. 난 한낱 신기루를 쫓았던 거야. 내가 생각했던 찬란했던 빛은 사그라드는 별의 마지막 숨이었던 건지도 몰라. 그렇게 사그러들기까지 난 너를 전혀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보여준 게 100%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아니, 100% 진심이었는데, 내가 그걸 한 50%는 곡해했던 거 같아. 미안해. 지금도 그러고 있는 지도 몰라.
여전히 너의 메시지를 기다려.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 행복하라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우리가 너에게 하는 말, 우리도 듣길 바라.
난 솔직히 좀 지쳐. 굿즈 뜯을 기운도 의지도 없어. 그래도 지금 버틸 수 있는 건, 내가 그 동안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 왔기 때문이야. 들어줘서 고마워. 이게 얼마나 나를 살게 하는지 몰라. 근데 너도 눈치 챘지? 며칠 동안 너에게 편지 안 쓴 거? 덕메들도 만나고, 매일같이 편지도 쓰고 돈도 쓰니까 난 괜찮구나를 좀 확인하겠더라고. 이것도 일부만 맞는 말일 거야. 아직도 팬콘 영상은 못 봐. 근데 팬콘 영상을 가끔 “들어”. 내가 너 보고 너무 좋아서 지른 환호가 그립거든. 너와 산하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부른 노래가, 그 목소리가 너무 좋거든. 내 영상 속의 너도 사실은 쥐똥만해서 그렇게 널 떠올리지 않아. 근데 그러다가, 이게 불과 두 달 전 일이네 싶으면 또 소름이 확 돋아. 감정의 혼돈이 반복되다 보니까 지쳐. 이러다가도 너 보고 싶으면 영상 찾아보고 아, 비현실적이다, 하고 닫고. 이게 반복되니 무뎌지더라고. 그렇다고 영상을 잘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영상을 봐야 할 의미를 못 찾아서 안 봐. 네가 보고 싶지 않아. 네 얘기 더는 하기 싫어.
그러면서 추모공원은 왜 가고 사진은 왜 찍었냐고? 아쉬워서. 네가 안 보고 싶은 거랑, 아쉬운 거랑은 달라. 혹여라도 나중에 널 향한 그리움이 밀물 들어오듯 밀려오면 그 때 널 추억해야 할 게 필요하니까 찍고, 쓰고 남겨. 질척이지 나.
빈아, 네가 나의 마지막 아이돌은 아니야. 아스트로가 내 마지막 아이돌이지. 아스트로를 만날 수 있게 이끌어 줘서 고마워.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고. 나에게 짜릿함을 알려 줘서 고마워. 삶의 세세한 목표들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재미를 알려 줘서 고마워. 상실의 슬픔도 알려 줘서 고마워. 이 나이 되서도 계속 뭔가를 깨닫고 아파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네 덕애 배운다. 네가 가르쳐 준 짜릿함과 재미를 아스트로를 통해 계속 느낄 거야. 때론 너의 빈자리가 보이겠지만, 빈자리에 매몰되지는 않을 거야. 그러기엔 (지금은) 진진이가 너무 빛나. 은우가 엄청 청초하고, 산하의 편지가 어른스럽고, 명준이가 위태하고, 민혁이가 걱정 돼. 내 눈을 너에게서 돌려 아이들을 바라볼 거야.
그래도 6월까지는 한두 번은 더 널 찾아갈 거야. 그 땐 또 반갑게 맞아 줘.
오늘은 정말 횡설수설이다.
서서히 사그라들어 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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