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편지 안 쓰려다가 뭔가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써. 보고싶다고 슬프다고 그런 건 아닌데 확실히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내 에너지를 다 빨아들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를 생각한다기 보다 이 시간이 곧 익숙해지길 기다리고 바라면서 아무렇지 않게 보내려고, 여전히 평범한 덕질하듯—평범하다고 하기엔 들이는 시간이 비범하게 많지만—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근데 그게 과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지. 주업도 빵꾸가 나고 부업은 손도 못 대고 있거든.
뭐 그렇다고 네 생각을 주야장천 하는 건 아니야. 그것보단 그저 아스트로 노래나 유니버스 라디오를 들으면서 다음 유튜브, 블로그 콘텐츠 뭐 할까 고민을 하지. 일주일에 한 번 진진이 보고, 다음 날 후기 영상/블로그 만들고, 영상 뒤져가며 내가 생각했던 너의 모습 또는 멤버들의 좋았던 모습 찾아서 기록하지. 막무가내로 모은 영상 파일 정리도 하고, 아직 저장하지 못한 영상들 찾아서 저장하고… 그러다가 아스트로 옛 영상들 보면서 한두시간 훌쩍 보내기도 해. 그러다가 똘이가 너무 시끄럽다 싶으면 과자 주고 기저귀 갈아 주고 수액도 맞히고 약도 먹이지.
막상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들은 자꾸 외면하게 되더라고. 그러다가 오늘 좀 정신을 차린 것 같아. 조금씩 일에 진전이 있어. 그리고 다행히도 팀장님이 나 나사 빠진 거 알고 있는데도 코로나였다고 참고 봐 주시는 거 같아. 더 혼나기 전에 정신 차려야지.
조금 전에 운동하는데 bts 아이돌이 나오는데 진진 라키 산하가 춤 연습하던 게 떠올랐어. 내가 너네들을 왜 좋아하나 생각을 해 보니 그런 것들인 것 같아. 너네들끼리도 연습할 수 있고 라키외 네가 디테일을 잡고 대열을 맞추고 열심히 하는 모습 말이야. 관심있어 하는 취미에 반짝이며 얘기하고, 작사와 작곡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에 애정을 보이며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었던 너희의 모습 말이야. 그런 열정과 반짝임이 좋았어. 서로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오랫동안 함께한 사이인 만큼 서로의 취향이나 반응도 너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내가 너네들보다 살아도 15년은 더 살았는데 너네만큼은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니? 물론 체력이 남다른 거 알지만 내가 가진만큼은 열심히 하려고. 네 핑계대고 언제까지 놀겠니.
그런 게 그리워. 보면서 너네 참 반짝인다고 예뻐하던 내 감정이 그리워. 네 춤과 라키 춤 비교하면서 너넨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신기해 하던 것도 그립고. 설령 너네들의 그런 케미를 다시 보게 된다고 해도 그 안에 네가 없다는 이질감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때 내 감정은 어떨까 걱정되기도 해.
빈아, 네가 여전히 보고는 싶은데, 사무치게 그립지는 않아. 막상 네 생각하면 근데 또 우울하긴 해. 이게 뭔가 싶다. 일상 회복이라는 게 쉽지 않네. 그냥 그렇다고. 마음만 불안하고, 감정은 회복되지 않고, 그래도 하루는 살아지고 돈 나갈 곳은 계속 생기고. 그러니 일은 안 할 수 없고…
나 이제 진짜 긴축할 거야. 진진이 뮤지컬 예매도 다 끝냈겠다, 네 굿즈도 더 살 것도 없겠다, 여름 휴가는 굳이 안 가도 되니 좀 자중하고 살아야지. 어제 썼는데 오늘이 됐네. 암튼 그렇다. 좀 혼란스럽다. 8월에는 홀로 호캉스나 가야겠다. 안녕. 이제는 할 말이 없어서 정말 중구난방인 편지나 쓰네. 네가 이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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