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카메라는 아니지만 블로그용 소형 카메라가 아이폰보다는 낫다는 테스트 결과를 얻은 뒤
1. Camera 2. 미니 삼각대 3. 홀더 4. 만년필 (편지나 포스트잇에 뭐 쓸 수도 있어서) 5. 포스트잇 (쓸 일 없었으…) 6. KF-94 마스크 5색 (검정, 하양, 베이지, 퍼플, 카키—친구에게 의견 듣고 쓰고 가려고)
을 챙겨 나왔다.
영하는 아니지만 날도 추워 최대한 두꺼운 내복을 껴입고, 보조배터리도 챙기고 혹시 몰라 업무용 폰도 들고 왔다. 아이폰 14가 날 배신하면… 그리고 새로 산 옷을 입었다. 핏이 좋았다. 애플워치 스트랩도 조금 더 예쁜 걸로 바꾸고, 가방도 넉넉한 걸로 챙겨왔다.
열차는 너무 늦게 오고, 아마 노조 파업 때문인가 보다. 맘이 졸여왔다.
근데 여전히 내가 왜 당첨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가 신청한 사인회 종류는 인기가 없는 걸까? 다른 생각 안 하고 즐기고 싶은데 불안하다. 내가 기대하던 게 아닐까 봐.
이번 달 돈 쓴 거 생각하면 더 불안하다. 지난 9월부터 모니터/컴퓨터 충동구매하고 피티 끊고, 이것 저것 돈 쓴 게 너무 많다. 비상금을 정말 탈탈 털어서 다 썼다. 내년에 종소세도 엄청 나올 거 같은데… 비상금 좀 있었어야 했는데… 아… 주여…
그 와중에 친구 도움으로 샤넬 매장에서 화장을 했다. 다른 것보다 눈썹이 너무 맘에 든다. 눈썹은 이렇게 그리는 거구나 싶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20분이 되자 입장했다. 총 한 시간 정도 봤는데 너무 좋았다. 대화를 해야 했는데 나 혼자 고백을 하고 왔다. 멍충이…
문빈을 시작으로 좋아하게 됐는데, 산하가 실물이 너무우! 잘생긴 것 아닌가?! 문빈은 정말 어른스럽고 멋졌다. 그나마 대화라고 할 건 여기에 적고 싶어도 내 뻘소리를 스스로 기록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기억도 안 나.
그나마 기억나는 건 산하가, “오랜만 같은데?” 라고 했으나 난 처음이었다는 거… 이 모든 게 처음이라고 하자, “죄송합니다. 오늘 실수 많이 하네 ㅎㅎㅎ”라며 머쓱해했다. 거기에 대고 무슨 상관이냐고 무조건 좋다고 했다. 어우… 뭘 해도 좋다 좋다.
사진과 영상은 망했다. 삼각대를 꼭 가지고 다니게쓰. 다음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카메라도 빌려야지. 다음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위에까지의 글은 1년 전에 쓴 글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이전 영상 작업물과 팬싸 대화 영상을 찾아봤는데 오글거려서 도저히 여기에 올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날 찍은 영상은 흔들려서 도저히 쓸 수 없었다. 감사하게도 뒤늦게 알게 된 손녀 로하가 자기 팬싸 영상에서 내 모습을 찾아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빈이랑 이렇게 가까이서, 산하와 이렇게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 빈이랑은 더는 없지…
되돌아 보면 미친 척하고 말도 안 되는 선글라스 사서 응모하길 잘 한 것 같고, 음반 한 세트 더 사서 쇼케이스 잘 간 것 같고, 생카 이틀 동안 11군데 무리해서 잘 다닌 것 같고, 팬콘을 첫 덕메들과 잘 다녀왔다.


이날 빈이와의 대화를 다시 들어보면서, 손녀의 영상을 다시 보면서 깨달았다. 그동안 덕메들에게 빈이가 뚱했다고, 무뚝뚝했다고 했는데, 빈이가 차가웠다고 느낀 거는 나의 오해였다는 걸. 대신 얘가 나와 낮가린다는 건 표정으로도 보였다. 말투로도 보였고. 나를 좀 어려워 하는 건 느껴졌다. 그럴 만두… 혼자 지껄여대는 할미라니… 그럼에도 충분히 눈 마주쳐 주고 웃어 준 기록이 손녀에게 남아있어서 감사했다. 안 그랬으면 평생 오해하면서 살 뻔했다.
안타깝게 산하 팬싸 때 영상이 잘렸다. 그래도 산하는 흔들려도 내 영상에 얼굴이 찍혀서 괜찮다. 누구 보여줄 건 아니지만 내가 간직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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