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에게 입덕한 지 1년이 지났다.
8월 초 언젠가부터 워터밤 영상을 보고 좋아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예쁘장하고 호리호리한 남자애들이 애교부리면서 춤추고 노래할 줄 알았는데, 어디서 엄청 건장한 청년이 나와서 춤추니까 정신이 홀렸다. 아이돌은 어린 아이 기운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그냥 다 큰 어른 아니야.
솔직히 빈이 외모는 내 취향이자 취향이 아니기도 하다. 춤을 너무 잘 춰서 주문 외듯이 “쟤 정도면 내 취향이야”라고 되뇌었다.
그러다가 이 그룹에 차은우가 있다는 걸 알았고, 신기해서 캔디슈가팝을 보다가 차은우가 빈이에 비해 춤을 너무 못 춰서 이게 100% 역량인가 싶었다. 데뷔 때 영상을 보니 은우도 그렇게 못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이 들어서 설렁설렁하는 건가? 그럼 다른 멤버들은? 하고 개인 직캠을 찾아보고, 얘네들은 느낌이 다 다른데 어떻게 그룹이지? 근데 어떻게 군무는 잘 맞지? 하다가 팬 영상 찾아보고, 브이라이브 영상 보고, 자기들끼리 꺄득거리는 영상 보면서 아아~ 얘네는 그냥 소년미 넘치는 깨발랄한 애들이구나 싶었다.
모두 다 그렇게 모난 데 없이 바르게 자라고 똘똘 뭉쳐왔구나 싶어서 빈이를 비롯해 모두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른 것보다 웃겨서 좋았다. 서로 까내리지 않는데도 험한 말 하지 않는데도 웃을 수 있고, 장난의 선이 확실하고 서로에게 관대해서 좋았다.
물론 진진이와 라키를 처음 봤을 땐 눈이 잘 가지 않았다. 솔직히 빈이가 그룹에서 너무 골고루 갖춘 인재였기 때문에 은우마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무대 영상이 아닌 노래와 토크에서 진진과 라키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말할 줄 알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을 줄 아는 소신이 너무 멋졌다. 둘 다 춤이라면 뒤지지 않는데 아이돌이라는 장르에 갇혀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노래까지 하고 싶어 안달 난 라키를 보면 많이 속상했다.
엠제이는 처음엔 너무 소리지르는 캐릭터로 보여서 거북했다가 그 모습을 좋아해 주는 다른 멤버들의 리액션을 보고 마음을 열고 보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원래는 소극적이고 조용한데 의도적으로 외향적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뭔가 속으로 많이 고민했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찡했다. 어쩌면 저게 100% 자기 성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하는 처음엔 빈이 옆에 잘생긴 애, 근데 춤이 조금 덜 멋있는 애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상한 외모 자신감이 있었다. 옆에 은우가 있는데?!?! 라고 생각했다. 근자감은 애교에서도 드러났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사람들 앞에 나와 엄청 말도 안 되는 애교를 뻔뻔하게 하는 모습이 오그라든다기 보단 너무 귀여웠다. 이게 천성이라는 건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형들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로하와 소통에서도 거침없는 애정 표현과 장난이 그저 귀여웠다. 산하는 그저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은우는 온도차 매력을 발견했다. 멤버들 앞에선 똑같이 깨발랄하고 장난 좋아하는 소년미가 있는데 배우를 할 때의 차은우는 또다른 자아같았다.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고 일 것 없이 배우 차은우의 진심은 또 다르게 멋졌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건 아스트로의 차은우였다. 노래를 잘 하고 춤을 잘 추는 차은우를 바라는 것보다,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 장꾸미가 넘치고 합을 맞추기 위해 땀흘리는 모습이 좋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런 열심과 순수함은 데뷔 초 때, 6명이 모두 함께 있었을 때나 가능한 것이지 이제는 그런 케미나 열심을 보긴 힘들지 않을까.
7년이 지나고 8년차 가수들에게 처음과 같은 열정을 바라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나야 이제서야 덕질 2년차니까 열심히 있지, 오래된 팬들조차 진드거니 기다릴 줄 알지 않을까. 떨어져 나갈 사람은 다 떨어져 나가고 기다릴 수 있는 팬들만 남지 않았을까. 나도 앞으로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도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는 팬으로 남길 원한다. 이런 꺄득거림과 열정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 나이에 맞는 성장을 해 나갈 때 동일하게 자랑스러워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팬으로 남고 싶다.
라키가 탈퇴하고 4명만 남은 아스트로도, 솔로로 시작하는 라키도 모두 지지한다. 이들이 무엇을 하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기쁘게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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