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감이 좋은 키보드를 좋아하긴 했다. 그러니 5년 넘게 로지텍 k380을 썼지. 그러나 키감보다는 콤팩트함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쓴 이유도 있다. 텐키리스의 작은 사이즈에 동글동글한 귀여운 키들과 자각자각 거리는 조용한 키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이제는 말린 어깨를 고쳐보겠다고 스플릿 키보드를 찾다기 지금 회사에서는 문랜더를 사용하고 있다. 겸사겸사 기계식, 리니어축, ortholinear배열 키보드에 입문하게 되었다. 타자가 빨라지거나 키감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니었지만 매크로/단축키 설정이 가능해서 업무 편의성이 향상되었고, 스플릿 구조이다 보니 확실히 어깨는 덜 말리는 자세로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어깨보다 다리 꼬는 습관이었다. (이건 키보드로 못 고치지)
얼마 전 손녀를 통해 또다른 키보드 다얼유 A104pro를 접하게 되었다. 일체형 키보드라서 잘 안 쓸 것 같았는데 막상 책상에 앉아서 일하다 보면 손이 모이고 어깨가 말리긴 하지만 그렇게 작업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심지어 다얼유의 베이지 리니어 축은 저소음이지만 키가 끝까지 눌리 때 도각거리는, 아니 오도독거리는 타건음은 진짜 ASMR과도 같다. 그에 비해 문랜더는 그런 매력은 없다. 기계식에 저소음 적축임에도 불구하고 키 자체의 스테빌이 견고하지 못하다 보니 ASMR이라기보단 백색소음에 가깝다. 손맛도 좋다고 하기 어렵다.

솔직히 문랜더의 가장 큰 단점은 built quality 나 타건감의 아쉬움 같은 것이 아니라 “유선”이라는 점이다. 스플릿 키보드 중 무선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 키보드가 유선인 이유는 기술 구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감수하더라도 이 키보드로 인해 내 책상은 꽤나 지저분하다. 어느 순간 책상 위에 필요한 물건들도 늘어나 아무리 정리를 해도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이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다 보니 나도 이제는 좀 깨끗한 책상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책상 지저분한 게 꼭 키보드 탓은 아니지만 키보드만 정리되어도 공간이 훨씬 넓어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어제 똘이 재우면서 오랜만에 디에디트 유튜브를 봤는데 말미에 키보드를 소개했다.

- 핫스왑
- 저소음 축
- 매크로 지정 가능
- 미니 LCD창 (또 빈이 gif 넣어야징~)
- 95% 배열 (=안 큼)
- 블루투스
회사에서 사용하는 만큼 키보드는 저소음이어야 하고, 반복 작업이 많고 왼손잡이를 위한 단축어를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미니 LCD에 내 덕심을 은근히 표출해야 한다. 95%라는 독특한 배열은 내가 자주 쓰는 넘버 키도 있으면서 너무 옆으로 길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나는 Mac 외에도 PC도 사용하고 있어 PC용 키보드도 책상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블루투스 (아마 3개까지 페어링이 가능하겠지. 또는 무선 동글 쓰면 되니까)를 이용해 키보드 하나로 다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 책상이 정말 깔끔해 질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도 세 번째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쓸 수 있겠지? 훗!
이렇게 따져 보니 스플릿이 아니라는 거 빼곤 내가 원하는 모든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샀다.

심지어 디에디트 프로모션 코드 넣어서 77불 가격에 알뜰하게 샀다. 근데 사 놓고 보니 보라색 바디가 있었다.

슬프게도 원하는 씨솔트사일런트 축은 품절이었다. 그럼 어떡하냐? 일단 퍼플을 사서, 축을 레트로화이트의 씨솔트사일런트로 핫스왑하고! 레트로화이트+에포위스테리아리니어 축은 당근해야지.

무료 반품이라고 해서 레트로 화이트를 반품하고 스위치 축만 새로 사는 것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35개 세트가 17불, 95배열에는 3개 세트가 필요하니 51불이다. 20불만 더 주면 키보드 하나 값이 나오겠다. 그러니 귀찮게 반품하고 새로 주문하지 않고 그냥 두 개 다 열어서 축을 바꾸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스위치 스왑도 처음 해 보는 거니 또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얼유 104pro도 키감은 미친듯이 좋다. 축도 저소음 축으로 꽤나 오도독 거리면서 조용하다. 하지만 에포메이커 RT100은 이보다도 더 조용하다고 한다. 어여 와서 언박싱과 후기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 집으로 시킬 걸 괜히 회사로 시켰다. 핫스왑하려면 집에서 저녁에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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