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 동안 여드름이 생기지 않았다.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10년이 지난 올해부터 여드름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두피가 심하게 곪기 시작했다.
올해 삶에 변화는 꽤 많았다. 우선 1월 부터 생일 카페를 이틀간 12군데를 투어 했고 동시에 교정 아르바이트를 했고, 여전히 부업을 하고 있었고 본업도 예상보다 빡빡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밥도 잘 먹고 잠도 충분히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면역력이 저하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생각해 보면 연초 노로 바이러스도 걸리고 코로나도 걸리고 할 건 다 하긴 했지…
그렇기 때문에 피부과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딱히 특별한 원인을 찾을 없었고 결국은 항생제 계열의 약을 처방 받아 2월 부터 10월까지 먹게 되었다. 하지만 항생제를 이렇게 장기간 동안 복용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서 10월 중순에 접어 들었을 때 약을 끊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약발이 100% 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아서 슬슬 내성이 생기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약을 끊고 지낸 지 2주 지금 내 피부는 개판 오분 전이다. 게다가 워낙 얼굴을 쥐어뜯는 버릇 때문에 울긋불긋하기까지 하다. 지난주부터 다른 피부과를 찾아헤맸지만 점심 시간 진료 예약이 정말 쉽지 않았다. 드디어 오늘 봄빛의원이라는 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내 상황을 모두 설명하고 피부 트러블이 날 만한 이유를 하나씩 물어보는데 내가 해당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피곤을 느끼기를 하나, 아프기를 하나,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것도 아니지, 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운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일은 많다. 내 덕질 스케줄까지 끼면 정말 바쁜 건 맞다. 하지만 일이 밀렸다고 야근을 하거나 밤 늦게 자는 것도 아니다. 그럼 정말 그냥 심적 스트레스에 이런 건가? 그러기엔 1월엔 괜찮지 않았나?
선생님도 다 들어보더니 당황했다. 이렇다 할 원인이 없다고 느꼈나 보다. 얼굴을 보더니 내 여드름은 세균성으로 화농성이지만 아주 심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내재되어 있던 세균이 면역력 저하로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걸 수 있다고 추측만 했다. 수긍이 갔다. 보통 얼굴만 그러면 시술을 권유하겠지만 두피도 가슴과 등도 피지가 올라온다고 하니 그걸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도 수긍이 갔다. 그래서? 어떡하냐? 물어보니 그런 경우엔 미녹씬이 제일 효과적이긴 하다고 했다. -_- 결국 미녹씬인가.
그러나 내가 너무 장기 복용을 했기 때문에… 라면서 말을 흐렸다. 그러고는 명확하게 처방을 안 해주고 안타깝다는 식의 멘트만 했다. 덧붙여 피지를 말리는 약을 복용하거나 바르는 항생제를 써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근데 거기까지였다. 나에게 써 보겠냐고 권유를 하지 않았다. -_- 뭐 어쩌라는 거지? 기다리다가 귀찮아서 “그럼, 피지말리는 약과 바르는 항생제를 동시에 쓰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제야 반색하며 그래도 된다며 “그렇게 처방해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여기 뭐 음식 주문하나… 뭔 선생님이 처방을 환자에게 맡겨… 하지만 친절한 분이어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암튼 그렇게 해보겠다, 나도 미노씬은 그만 복용하고 싶다, 안 잡히면 나중에 다시 미노씬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피지약 이카놀은 14일치, 바르는 항생제 아크닌도 받아왔다. 살짝 이해가 안 가는데 이카놀은 분명 먹는다고 바로 효과 없을 거라고 좀 오래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14일치면 효과 날 때 즈음 약 떨어지는 거 아닌가? 좀 많이 주지 싶었다. 그냥 중간에 또 와서 진료 받으라는 얘긴가? 그러기엔 선생님 예약하기 너무 바쁘시잖아요.
여하튼, 이미 얼굴을 충분히 쥐어 뜯어놔서 흉터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내가 바라는 건 얼굴을 만졌을 때 오돌도돌 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정도만 되어도 마음에 평안이 찾아올 것 같다.
앞으로 맡은 일들을 좀 내려놓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덕질도 많이 줄여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내려놓을 덕질이 있지도 않다. 애들이 뭘 활동을 해야 말이지…)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피곤한 건 사실인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바쁘게 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저녁 약속도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을까 했는데 덕질 시작하고 나서는 주 2회 PT에 월 1-2회 덕메 모임에, 간헐적 번역/교정 알바에, 자잘한 스케줄들이 모이고 나니 한 주를 꽤나 바쁘게 살고 있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도 월 1권 이상 읽었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거의 독서를 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어서 그나마 월 2회 정도 책을 읽긴 하지만 말이다. 온전히 즐거움과 여유를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그냥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솔직히 지금은 다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 쫓기듯 사는 내가 싫다.피부 관리도 여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트러블이 났을 때에나 약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는 내 상태가 너무 싫다. 일도 매일 같이 “오늘까지 뭐 해야 하는데…”라면서 머리에서 일정에 쫓겨 해치우는 내가 싫다. 편집 일을 할 때만해도 그렇게까지 일정에 쫓기지 않았다. 많은 부분을 미리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은 재미는 있어도 내 적성과는 맞지 않는 건지 매번 뭐 하나를 뺴 먹고 하기 싫어서 꾸역꾸역 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일에 치여 사는 것도 힘든데 일정에 밀려 사는 내가 싫으면서도 불쌍하다. 피부라도 좋아서 저녁에 물세안만 하고 자도 됐던 떄가 그립구나아~
14일 후에 차도 없으면 그땐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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