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이가 죽었다.

병원에서 진단이 좋지 않아 결국 안락사를 시키기로 했다. 엄마는 일단 똘이에게 모르핀 계열 강력한 진통제를 맞히고 집에 오기로 했다. 오전 내내 동생과 상의하며 울어서 정신이 너무 없었다. 팀장님의 배려로 오후 반차인데 11시에 나와 집으로 향했다.

마음 추스리고 집에 와서 우리 똘이~ 잘 지내고 있나 라고 들어서는데 엄마가 똘이를 안고 있었다. 지금 막 죽었다고 했다. 나에게 넘겨주는데 똘이는 아직도 따뜻하고 고개도 입도 몸도 말랑했다. 병원에 전화해 사망 확인 방문을 예약하고 동생에게 소식을 알렸다.

병원에서 다른 선생님께 확인을 받고 설명을 들은 후 화장터에 연락을 했다. 순이를 화장한 교운 오늘 저녁 9시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김포의 화장터까지 갔다.

순서는 기본 정보 작성 > 추모 및 작별 인사, 수의나 관, 유골함 등 선택 > 화장 > 분쇄 >포장(?) > 사망진단서 수령 (사망 신고 필수랜다 올해부터).

기본 정보를 쓰고 똘이에게 작별을 고하고 유골함을 고를 때 까지는 슬펐다. 성혜와 영상 통화로 누운 똘이를 보야주고 울다 웃다 했다. 추모실엔 큰 유리가 있어 화장하는 걸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물론 유리 너머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직원이 똘이를 데리고 화로(?) 쪽으로 가서 손짓 발짓으로 뭔가 설명을 하고 매 절차마다 우리를 보고 인사를 하는데 그때부터 웃음이 터졌다. “그만 좀 인사해… 저 손동작은 뭐야, 왜 애를 들어올려?” 이러고 킬킬댔다. 거기까지도 괜찮았는데 유골이 나온 후 분쇄 때 터졌다. 분쇄를 한 후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직원이 급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분쇄기를 열었고 똘이 뼛가루가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우리 애 다 날아가네”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터졌는데 직원은 열심히 분쇄기 주변에 떨어진 유골가루를 붓으로 모아 담기 시작했다. 애초에 가루 좀 가라앉고 뚜껑을 열 것이지… 근데 엄마가 답답했는지 옆에서 “어우, 이제 그만 해”라고 해서 또 터졌다. 마지막으로 유골가루 유골함에 넣는 것도 우리 보라고 이상한 자세로 넣는데 불편한지 정말 많지도 않은 뼈가루가 드럽게 안 들어갔다. “애쓴다 진짜” 이러고 또 빵 터졌다. 직원들이 우리 또라이라고 생각할까봐 난 황급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척 얼굴을 가렸다. 엄마가 계속 그러고 있으라고 했다.

그런데 그 뒤로 별로 늙어 보이지 않는 8-9킬로그램 쯤 되어보이는 중형견이 화로로 들어가는 걸 보고 되레 둘 다 눈물이 났다. 똘이는 마지막 좀 아파도 장수하다 가는데 쟤는 어쩌다가. 참 곱고 예쁘게 생긴 애가 가네…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져 순대국을 찾았지만 공교롭게도 영업준비시간이라 맞은편에서 삼계탕을 먹고 집에 왔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픈고 괜찮은 듯 하면서도 내 방의 똘이 흔적이 있어 안심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일단 며칠간 자지 못한 잠을 몰아 지금 자야할 것 같아서 잔다. 똘이는 잘 갔으니 됐다. 순이 때처럼 그렇게 울지 않으련다. 순이보다도 14개월을 더 살고 갔는 걸.

그리고 고맙다. 우리가 직접 보내지 않게 해 줘서. 내가 먼저 엄마 품에서 떠나 줘서 고마워. 집에서 편히 엄마에게 안겨 있어 줘서 고마워. 나 오기 직전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 17년이나 우리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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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

전 편집자, 현 오디오북 제작자이자 영업사원, 똘이순이의 언니, 잡기에 능한 사람, 아스트로 덕후, 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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