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싱가포르 가시고 나는 오랜만에 혼자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무심코 거실을 둘러보니 똘이의 흔적이 보인다. 보이지 않아서 벽에 붙어 걷기도 했고 얼굴 가렵다고 소파며 벽지며 할 것없이 얼굴을 비벼대서 새로 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벽지와 새로 산 소파에 똘이 얼글 높이에 검은 줄이 나 있다. 거실을 잘 나오지 않기도 하지만 밝은 낮에 보다 보니 그 흔적이 더 역력한 것같다.
보다보니 똘이가 다시 코너에서 튀어나와 벽을 따라 걸을 것만 같았다. 방에 있을 때는 몰랐던 똘이의 흔적이 보이니 많이 보고 싶다. 순이도 보고 싶고. 침대며 소파에 앞다리 뻗고 아기처럼 자던 아이들이 그립다.
언제쯤 다시 입양할 수 있을까? 이젠 어린 강아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이 든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 뒷바라지가 힘들었더라도… 근데 그게 똘이 순이가 아니면… 의미가 있을까?
며칠 전에는 뜯지도 않은 신장보조제와 영양제를 냉장고에서 발견했다. 병당 8만 원인데 아까워서 누구 줘야 할 텐데… 새 건데… 똘이야, 이거라도 다 먹고 가지 그랬니… 뜯어놓은 수액은 12월 1일이 되던 날 버렸다. 남은 수액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순이 때 혹시 몰라 사 둔 캔 산소 호흡기도 있는데… 애들 장난감이며, 옷이며 산책 도구들 치울 때는 그렇게 슬프지 않은데 왜 이런 게 슬플까. 차라리 잘 된 건데. 이제는 애들이 아프지 않다는 건데 그래도 애들이 다시 내 곁에 있으면 하는 마음은 뭘까.
보고 싶어. 같이 끌어 안고 자고 싶어. 옆에서 쌕쌕거리고 얕게 코골며 자던 털뭉치가 그리워. 좀 더 잘 케엉해 줄 걸. 그럼 20년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 애들이 그렇게 못 살 게 뭐가 있었겠어.
너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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