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의 차이가 여기에서 나오는건가 싶은 걸 경험했다. 근 2주간 부장이 정상적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이 사태를 자기관리에 실패하고 부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개인사에 관심 없고, 2주간의 공백 중에 업무 인수인계를 어떻게 할지 대안도 세우지 않은 채 회사에 와서 울면서 떼부리는 걸로 사건을 무마한 그의 행태에 환멸이나 느끼고 있던 차였다.
오늘 오후에 본부장, 팀장과 함께 외근을 나갈 일이 있었다. 그때 이런 저런 부서간의 갈등 문제도 논의하기 위해 팀장이 말을 꺼냈다. 콘텐츠 기획자의 자리가 부재한 상태에서 부장의 역할의 모호함과, 그로 인한 시스템/개발 팀과 우리 팀과의 갈등을 얘기했다. 결론적으로는 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이 공백을 베꿀 수 있는 대안을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본부장에게서 곧바로 해결책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대한 awareness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팀장이 말을 꺼낸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다 마치고 팀장은 본부장에게 한 마디 더 했다. 부장은 지금 아토피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치료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무슨 말인가 했더니 장기간 시달린 아토피로 인한 우울증과 무기력감이 이 사태에 이르게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부장을 나보다 더 오래 옆에서 봐 왔기 때문에 캐치할 수 있는 것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아무리 자기는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팀장의 성향도 보였다.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건 정작 나였다고 느껴졌다.
다른 사람까지 신경쓰고 관심을 갖기엔 나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사람의 의도가 나와 일치하는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면 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좀 더 넓게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는 판단력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이번에 팀장을 통해 느꼈다. 한 사람에게 단순한 미움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닌 그 내면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바라보고 더 감정으로 치닫게 하지 않는 게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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