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모가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해서 급하게 둘째이모가 한국에 들어왔다. 자식이 서울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집에서 지냈다. 이유는 치과치료 할 것도 있고 자식 집에 있으면 다들 출근하고 나면 심심하기 때문이란다.
엄마는 이모가 오기 전부터 스트레스받아 했지만 막상 오고 나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빠도 이모 모시고 나들이도 가고 화기애애 했다. 나야 뭐 출퇴근하니 이모 볼 일 별로 없었고 저녁도 잘 먹지 않으니 이모를 겪을 일이 매우 적었다.
3월 초에 온 이모는 지지난 주에 큰이모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아직도 우리 집에 있다. 엄마의 언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갔고, 아빠도 힘든지 자꾸 저녁만 먹으면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조차도 이모랑 짧은 대화만 해도 피곤이 몰려왔다. 대체 왜 그럴까 싶었는데 돌아보니 이모의 대화가 매우 부정적이었다. 어떤 주제만 꺼내도 자기는 다 아는 양, 자기가 다 주도한 양 허세를 부리고 (심지어 자기와 관련되지도 않은 일에 말이다)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까내리고, 외모로 사람을 놀린다. 못생겼다느니, 뚱뚱하다느니, 그 외에 더 말하지 못할 말들도…
처음엔 회유하거나 반박하다가 나중엔 지쳐서 “그래, 알았어”라고 말을 끊어버리게 되었다. 그럼 또 안 받아준다고 삐진다. 옘병… 그런 대화를 받아줄 수가 있어야지. 자기 말대로 우리가 안 움직이면 소리를 빽 지르는데 매우 피곤했다.
토요일에 나랑 TV 보다가 라키가 나오는데 “쟤 쌍꺼풀 잘못했다. 에유! 왜 저랬대. 쟤는 아니야! 노래 너무 못해” 이러길래 또 “쟤 원래 래퍼야, 저 정도면 잘하는 거야~” 이러다가 나중엔 “알았어”라고 말하고 그러고도 뇌절을 하길래 혼자 “이모는 사랑받긴 글렀네”라고 중얼거렸다. 이모가 들었는지 (들어도 이젠 상관도 없다) 조용해 지더니 밤에 이제 딸네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치과 치료도 끝났으니까 라면서. “어, 그래?” 그러고 말았으나 엄만 또 맘 약해져서 “언니, 4월 7일까지 우리랑 있다가 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모에게서 “가서 딸이랑 일본 갔다가 다시 오면 너랑 놀러 다닐 거야”라는 말에 밤 10시에 경기를 일으키며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런 말 말라고. 그러게 왜 그런 호의를 베풀어.
주일 오후에 양재동 갈 일 있으니 가는 길에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사실 오후 일정은 확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 약속 없음 안 가고”라고 하시길래 확정도 안 된 거 그냥 있다고 뻥치고 짐 들고 차에 태웠다. 미친, 언제까지 우리 집에서 다른 사람 비하만 하시려고…
가는 내내 조카들 흉, 자기 업적, 이모부 불쌍해서 도리 한다 어쩐다 얘기를 듣고, 자기 딸이 서울에 집 한 채 없다고 불쌍하단 얘기를 하면서 왔다. 나 때문에 감기 걸려서 머리가 아프다는 둥, 어지럽다는 둥 하시더나, 그래도 수다 떠니까 살 것 같으시댄다. 음… 그냥 말을 해야 낫는 병인감?
뭐 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내가 운전잔데) 그냥 다 들어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군, 그래서? 아이고, 안됐네, 잘했어, 응, 응, 응” 내 의견따위 중요하지 않은 이모의 일방적인 말 쏟아냄을 듣고 나니 머리가 너무 아펐다.
언니 집에 도착해 내려온 형부가 반갑게 맞아주고 강아지들 보고 가라고 (나도 보고 싶지!!!) 했지만 한시라도 이모에게서 떨어지고 싶어서 그냥 양재로 가야 한다고 하고 떠났다. 아니 솔직히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줬는데 이모는 뭐가 삐졌는지 인사도 안하고 쑥 들어가 버렸다. 나도 뭐 굳이 들어가는 사람 세워서 인사드리진 않았다. 어차피 이번 주일에 또 볼 텐데… 뭐 이런 걸로 삐져 봤자지.
형부는 아쉬웠는지 애기들 들고 나와서 인사시켜 줘서 10초 보고 떠났다. 애들은 언제나 귀여워 ㅠㅠ 엉엉엉 보고싶다 똘이야.
같이 잠깐 살던 15-6년 전에도 그랬지만, 그때는 이게 그렇게 나에게 독이 되는 건 줄 몰랐다. 이제는 그런 판단이 서서 불쾌하게 느껴지니 다행히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엄마 자매 중 왜 둘째 이모만 유독 저러냐고, 할머니가 잘못 키운 거냐고, 결핍이냐고 따졌더니, “핏줄이야, 막내 할머니가 저러잖아”라셨다. 아, 그렇네? 심술쟁이 할머니… 안 그래도 이번 장례식 때도 뭐가 수틀리셨는지 안 오셨다. 외할아버지 핏줄이구만… 에혀… 내가 그 핏줄 안 물려받아서 다행이라고 감사해야겠다.
매우 피곤한 주일었고, 이모가 가심으로써 나는 부활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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