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시작
내 독서 생활은 청소년기를 지난 후엔 해리 포터가 나온 2001년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한동안 만화책 외엔 읽지 않다가 친구가 추천해 준 해리 포터 시리즈를 2편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들이기 시작한 영어책 독서가 그나마 나를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3-6개월마다 (학기와 방학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던 유학생인 나는 해리 포터는 이모 집에 보관해 두었다. 그 외에 종이책들은 거의 다 버렸다.
전자책 기기 입문: 킨들 시리즈
킨들 터치
내가 전자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 2011년 킨들 터치를 구매하면서부터다.

백라이트가 없었고 터치 속도도 느렸지만 꽤 깔끔한 디자인에 슬립모드 때 광고가 뜨는 와이파이 모델을 구매하면 69달러였으니 꽤 저렴했다. 그리고 처음 산 책은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였다. 이때부터 3부작 시리즈 소설 유명한 건 다 읽었다. 영미권은 3부작을 그렇게 좋아하더라.
킨들 페이퍼화이트

2013년 킨들 페이퍼화이트를 구매해 전자책 독서 경험을 이어나갔다. 이때부터인가 킨들은 x-ray 기능으로 소설의 등장인물의 언급량, 소개, 요약 등을 보여 주었다. 제2외국어로 긴 글을 읽는 게 어려운 내게 독서의 재미를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2014년 Free Time이라는 기능도 생겼었다 (지금은 없어진 듯하다). 시간을 정해놓고 책 읽으면 배지를 주는 시스템인데 부모가 아이들 독서 장려하기에 좋았지만 난 스스로 칭찬해 주려고 썼다.
이맘 때 즈음 word wise 기능이 나와서 영어 책 독서가 훨씬 좋아졌다.

이 기능은 여전히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읽고 산 책이 330종이 넘고 이후 한국 리디 페이퍼도 사서 읽었으나 당시 기기의 마감이 좋지 않았고 한국 책을 잘 읽지 않는 관계로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리디에만 구매한 책이 40권이 넘고 교보에도 20권 정도 ebook을 샀고 밀리 이후로는 구매는 많이 줄었다.
독서와 멀어지다
내가 독서를 즐길 수 있었던 건 영미권 소설류를 즐겨 읽고, 오디블로 오디오북을 함께 들었기 때문이다. 운전이 일상이던 미국 생활에서 오디오북 독서는 효과적이었고, 카페에서도 킨들로 위스퍼싱크 기능으로 이어서 책을 읽는 것이 번거롭지 않았다. 이런 기능과 비교하면 한국 전자책 시작은 책 종수도 적을 뿐더러 기능마저 훨씬 못미쳐 독서의 편리함을 누릴 수 없었다.
한국에서 출판 편집자로 일할 떄는 그래도 자기계발서와 한국 소설을 읽으려고 부던히 노력을 했다. 못해도 12-20권은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플랫폼 사업부로 부서 이동을 하고, 오디오북 제작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겸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독서할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덕질까지 시작했으니 남은 시간 아스트로 영상 찾아본다고 핸드폰만 쥐고 있다 골아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모든 건 장비빨로 극복한다
썰이 길었지만, 아무튼! 독서의 침체를 타파하고자 전자책 기기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킨들 페이퍼화이트를 소지하고 있지만 요즘은 영어 소설이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읽는 속도가 어쩔 수없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후루룩 읽을 수 있는 건 역시 모국어인 한국어다. 그렇다면 한국어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이북 리더기를 찾아봐야지, 하다가 오닉스 북스 팔마를 접하게 됐다.
한때 독서가 취미였던 사람이라면 으례껏 구독하는 겨울서점의 전자책 기기 리뷰 영상이 알고리즘에 떴다. 한 번 보니 가전주부의 리뷰 영상이 뜨고 디에디트가 팔마를 스마트폰처럼 리뷰하는 영상이 떴다. 이쯤 되면 유튜브의 계시라고 믿고 지르려고 했으나, 공식 수입 판매처 이노스페이스 원에서는 품절이었다.

가격도 389,000원이어서 제일 쌌는데 살 수가 없다니!
난 갖고 싶은 건 바로 사야 해서 여기저기 뒤져보다 직구를 제외한 판매처 중에서 지마켓이 유일하게 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다.

화이트는 인기가 많은지 여기서도 품절이라 블랙으로 구매했다. 결과적으로 블랙은 좋은 선택이었다.


주문은 18일에 했는데 받은 건 27일이다. 그래서 지네도 재고 없는 주제에 주문 받은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받은 후 다시 홈페이지를 가 보니 재고가 1개 남음으로 떴고 이마저도 며칠 후 품절로 바뀌었다. 입고 확정이어서 미리 주문을 받았나 보다.
기기 리뷰
스마트폰이 아니다
생긴 건 확실히 스마트폰처럼 생겼지만 스마트폰은 아니다. 유심칩 넣을 곳이 없다.

안드로이드 기반이라 사용성은 확실히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그래서 홍보에도 “스마트폰의 성능 겸비”라고 표기했나 보다.

크기는 내 아이폰에 14 플러스와 비슷하다. 화면은 백라이트 없이도 보이는 이잉크다.

아이폰 12 미니와 비교하면 엄청 큰데 무게는 되레 미니와 비슷할 정도로 가볍다. 화면이 lcd 스크린처럼 무겁지 않고 바디 또한 플라스틱이어서 가볍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이잉크 화면의 장점은 저전력에 화면에서 직접 빛을 발하지 않아 눈에 피로도가 덜하다는 점이다. 이거야 벌써 십수 년 써 온 나에겐 특별하지 않다. 다만 사이즈가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 휴대가 훨씬 편해진 점이 좋았다. 게다가 여라 앱을 APK 설치 없이 바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iOS 유저로서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가 생소한데 APK까지 숙지해서 깔아야 했다면 시도할 생각도 못 해 봤을 거다.
또 하나는 터치 반응/스크롤 속도가 전에 비해 매우 빨라진 점이다. 안드로이드 앱을 자연스럽게 구동할 수 있을 만큼 이잉크가 반응해 주고, 이잉크 리프레시 속도도 5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앱마다 리프레시 속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난 그냥 40만원 주고 (독서에 최적화 된) 흑백 안드로이드 공기계를 산 느낌이다. (스샷이 너무 컬러라서 문제지…)
실제로 이 기계에서 유튜브도 실행할 수 있다. 근데 굳이 흑백으로 봐야할까? ㅋ

독서 경험은 페이퍼 화이트 정도의 6인치 비율에 비해 세로가 긴 편이라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나지는 않지만 독서 barrier는 많이 사라졌다. 덕분에 업무를 위해 읽어야 하는 책도 순식간에 읽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 플랫폼 앱은 무거워서 좀 버거워한다. 그게 제일 중요했는데… 약간 아쉽다. 그러나 밀리나 킨들, 교보 앱은 잘 작동된다.
심지어 네이버 블로그, 워드프레스 앱도 문제 없이 돌아가서 글쓰기에도 매우 용이하다.
놀라울 정도로 느린 충전 속도


또다른 단점이라면 느린 충전 속도다. 고속 충전기는 쓰면 안 된다고 한다. 받아들이지를 못힌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두 시간을 충전해도 10% 조금 넘게 충전이 될 뿐이다. 이게 맞나 싶긴 하지만, 어차피 하루 배터리 소모량도 적으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한다.
스샷은 컬러

평상시에 보는 화면은 이런데 스샷을 잡으면 신기하게도 아래처럼 컬러가 보인다.

어찌보면 당연한 거다. 화면만 흑백으로 보여줄 뿐이지 나머지는 동일한 운영체제니까. 재미있는 건 이-잉크 용으로 레이아웃을 잡아서 자체 앱 아이콘은 모두 흑백 선으로 그려져 있다는 거다.
뭔가 대단한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애플만 쓰던 사람이 안드로이드 쓰려니 모든 게 쉽지는 않다. 우선 기본적인 책읽기와 내게 익숙한 앱들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본 기기로 글쓰기에도 집중하고 싶었는데 Gboard 키보드를 설치한 뒤로 한영 입력도 쉽고, 심지어 음성인식까지 되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 게다가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연결하니 매우 편리했다.
2주 사용 후기
독서?
책은 잘 보지 않는다. 어쩌겠나, 스마트폰 중독자가… 기기 샀다고 바쁜 스케줄이 안 바빠지는 거 아니고, 출퇴근 때 책 읽고 싶어지는 거 아니다. 바쁠수록 아스트로나 보고 싶지. 지금 밀린 영상이 얼마나 많은데 애들 활동 잠잠하다고 요즘 유튜브 영상도 거의 안 올리는데… -_-
그러나 책을 읽게 될 때는 확실히 몰입이 좋다. 이 경험이 엉뚱하게 튀어서 전자책을 사고 싶다는 (밀리에 책 더럽게 없어!!!) 욕구만 생겨버렸다. 우리 회사도 그렇지만, 웬만한 출판사들은 밀리에 신간 공급 제때 안 한다. 종이책 – 전자채(구매) – 전자책(구독) 순으로 공급한다. 구독 형태 유통이 출판사에 손해는 아니니까 공급하겠지만… 아무튼 이해는 간다.
그래도 더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독서는 하지 않게 되었다.
글쓰기?
말해 뭐해. 아이폰으로 쓰지. -_- 집에선? 노트북으로 쓰고… 그럼 팔마는? 회사에선 시계/탁상 달력으로 잘 쓰고 있다. 집에선 꺼내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미지나 영상을 곁들이지 않는 글들은 종종 워드프레스에 끄적이곤 한다. 그리고 이동 중에 가볍게 들고 뭔가를 쓰기에는 아이폰보다 팔마가 훨씬 더 좋다. 그래서 결론은 아주 안 쓰지는 않지만 기대보다 아주 자주 쓰지는 않는다는 거.
앞으로의 기대
모든 기기에는 learning curve가 있기 마련이다. 팔마 또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운영체제라는 점에서 손이 잘 안 가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꼭 챙겨다니고, 회사에서 어떤 글을 읽는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팔마를 열어보게 된다. 앞으로도 애정하고 적어도 서너 달은 잘 들고 다닐 것 같다. 그 사이에 완전히 내 라이프스타일에 정착하면 좋겠다.
이게 휴대폰이었다면 아이폰 미니 12를 버렸겠다는 생각을 한다. 업무용 폰으로 쓰게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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