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로벌 팀 미팅이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웃으면서 앞으로의 프로모션과 연말 목표, 현재 지나가는 리더십 교체와 대량 불량 이슈 건에 대해 팔로업 하면서 그동안의 심경을 얘기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큰 사건이 두 건이나 연달아 터질 때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쉽고 책임을 전가하기 십상인데 아무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장은 뼈아픈 리더십 교체 과정이지만, 회장은 더 큰 데미지를 입기 전에 결단을 내려 줬고 다들 차라리 끝이 나서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이 과정 중에 이미 반기를 들거나 파를 나눠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퇴사한 사람도 있었다. 이로 인해서 내가 엮인 프로젝트의 수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 나도 애가 탔다. 이런 것에 대해 솔직히 난 불평하고 싶었는데 그럴 여지 조차 주지 않는 분위기에 다시금 놀랐다.
불량 이슈 건은 아시아쪽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매출에 큰 타격이 있었다. 다른 업체들로 갈아탄 고객도 들었으니 할 말 다 했지 뭐… 그럼에도 이 사태도 지나갔음에 감사하고 “힘들었다”로 끝낼 수 있는 이쪽 사람들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되로 이 사태로 인해 잃은 신뢰와 견뎌내 준 고객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전할까를 고민했다.
가장 연장자이자 북미 & 유럽을 맡고 있는 케빈이 한 말이 가장 인상 깊다. 우리가 하늘 나라를 위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사람들은 모른다고 했다. 이 말을 내 본업 상사 (부장이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들었다면 콧방귀를 뀌었을 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보이는 우리의 행동은 열심히 하지만 매 순간 하나님을 부르짖거나 은혜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만 하더라도, 아니, 내가 제일 세속적이고 상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나나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면 그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울 것이다. 그러나 케빈이 글로벌 팀의 태도와 함께 보여준 것은 그의 모든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어서 숙연하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팔기 위해 애써야 하는, 세속적이인 업의 최전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업 쪽에서 우리가 주님을 위해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거룩하게 여긴다니… 그래서 솔직히 어제는 너무 부끄러웠다. 낮에 한국 회사에서 그렇게 ‘미친 놈 아니야? 돌았구만, 나 너무 화나’를 외치다가 저녁에 그렇게 은혜롭게 책상에 앉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하나님이 날 보면서 얼마나 코웃음을 치실까 싶었고, 난 왜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없을까 싶었다.
그러고 아침에 podcast 처럼 조승연과 미키정이 나오는 유튜브를 들었는데 조승연이 말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런 숙어를 던졌다. Garbage in, garbage out. 여기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보였다. 내가 듣고 말하는 것들의 수준이 감사와 기쁨,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내가 입밖으로 꺼내는 나의 감정의 내 태도를 부정적으로 강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하나님의 자녀다운 태도로 살아봐야 하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후배들에게 다른 회사나 일부 상사들 욕을 할 지언정 내가 정작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말한다는 거다. 꾸준히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다. 힘들어도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이 좋다. 반복적이지 않아서 좋다. 그래도 우리 회사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라고 말했던 것이 나름 나를 위한 번명이라면 변명이겠다. 좀 더 그들에게 본이 되고, 하나님 앞에서도 떳떳한 내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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