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12년 전 글을 읽어 보았다. 이전에 쓴 글들도 있지만 그것들은 아예 접근이 어렵게 다른 아카이브 블로그로 이전시켜 두었다. 가장 오래된 글은 내가 암 진단을 받으며 쓰기 시작한 글이다.
쭉 훑어보는데 생각보다 글을 참 잘 썼다. 12년 전이면 편집 일을 하기도 전이고, 한글로 글을 쓸 때도 번역투에 익숙한 문체를 많이 쓰던 때인데 지금보다도 더 잘 읽히는 글들이었다. 이런 거러 보면 내가 이과가 아닌 문과가 맞나 보다 싶다. 그러면서 지금 쓰는 내 글은 왜 이리 재미가 없게 느껴지나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퇴화한 건가?
교정 규칙에 얽매여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된 건가?
아님 제대로 글쓰기 훈련을 바지 않았는데 편집이릉 하기 싲가해서 일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10년 후 이 글을 읽는다면 이 글도 꽤 잘 썼다고 여겨질까?
어쩌면 지금의 내가 나 스스로에게 너무 박한 건 아닐까?
앞으로 많은 종류의 텍스트느, 특히 업무에 있어서의 텍스트는 AI에게 의지할 지도 모르겠다. AI를 사용하면 다듬고 고치고 새롭게 하는 과정이 매우 간편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글을 쓰는 것은 멈추지 않을 것같다. 특히 이번처럼 수년 전의 나의 글을 보고 그 때의 내 말투나 톤을 가감없이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수 번을 반복해 누군가에게 전하던 사건도 글로 정리해 쓴 걸 보니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경험과 느낌이 그때의 것과 사뭇 다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조금은 더 산문적인 글을 자주 써야겠다고 느낀다. 요즘 쓰는 글은 단편적인 기록을 모으는 주간일기, 제품 리뷰, 탐방 후기 등밖에 없다. 네이버 블로그가 은근히 재미있어서 거기에 맞는 그을 써 왔는데 굳이 그래야 하나 이제는 회의가 든다. 리뷰나 후기는 체계적인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거기에 내가 간직하고 싶은 감정적인 중요도는 없다. 다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글이다. 주간 일기 또한, 시시코롴ㄹ한 나의 인생에서 단편적으로 재미있고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을 사진과 함께 기록할 뿐 그 때의 구체적인 감정과 상황은 담지 않는다. 구체적인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전히 비공개로는 그런 글들을 쓰고 있긴 하다. 이전보다 빈도수는 많이 떨어졌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단편이라도 내 생각을 글로 옮겨적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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