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 미팅 1 – 도서전 추첨 이벤트 – 미팅 2 – 점심 – 미팅 3 – 초면 아저씨 수다
오늘까지 필리핀 사람들과 교류하며 받은 인상을 이야기해야겠다. 너. 무. 친. 절. 함. 그. 냥. 착. 함. 모. 두. 가. P. 임.
알고는 있다. 치안이 안 좋고, 분명 어디에서는 분탕질하며 싸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도서전과 외부 미팅으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이게 필리핀 기독교인을 주로 만나서 그런가 싶지만,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다 웃어주고 설명을 잘 해주고, 점원도 친절하고… 소통이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
자, 여기까지 말하고… 그래서인지…
부스 담당 직원들은 나만 보면, “미쓰 준 팍? 두 유 니드 헬프?”를 계속 물어보고, 뭐 한 마디만 하면 3-4명이 우르르 와서 막 세팅해주고… 구경하자니 분명 내 또래거나 다들 30대에 손녀까지 있는 분들인데 너무 귀여웠다.
오전 미팅도 내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필리핀 출판 시장을 알려준다며 자기네 주력 상품과 원하는 책을 다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영상으로 찍어가겠다고 했다. 가방을 작은 걸 들고 와서…
추첨 행사 하자고 했더니 직원들이 슬금슬금 와서 “우리도 참여해도 돼요?”라고 물었다. 뭔가 공짜를 그렇게 좋아하나 했더니, 필리핀 임금은 그렇게 높지 않았고 웬만한 책들은 하루 최저 임금만큼 비쌌다. 최저 14,000원 정도라고 하니 20불, 30불 하는 미국에서 온 책들을 너무 갖고 싶어했다. 내 주력 판매 상품이 왜 책이 아닌지 재차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뭐만 하면 무조건 사진이다. 전날 이벤트에서도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을 수십 장 찍은 것 같다. ㅋㅋㅋㅋ 그러더니 부스에서도 직원들이 편해졌는지 자기들과 사진 찍자고 난리가 났다. 음? 왱? 싶지만 신나게 찍었다. 추첨 행사가 시작되고 경품 타는 사람들이 늘자 직원들이 그들 사진을 찍는데 꼭 날 옆에 세워두고 찍었다. -_-?? 아니 왜…? 경품 탄 친구는 받은 책을 내 얼굴 옆에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제가 쓴 책 아닌데요??”라고 했지만 괜찮은가 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뭔 소용이람 그쯤 되니 생각을 했다. 혹시…. 내가 한국인이라서? K-culture 좋아하니까 K-orean이랑…? 난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함.
즉석으로 잡힌 미팅에 참석했다. 뭐 노무 세일즈를 해야 하는데 나야 뭐 언제나 버벅버벅 거리는데 우리 상사가 진짜 숨도 안 쉬고 말하는 걸 봤다. 상대를 보자마자 거두절미 하고 팔릴 만한 책을 설명하고 진행하고 사바사바(더 고상한 말이 생각나지) 하는 걸 봤다. 우와아… 우리 상사 멋져. 내가 우리 상사처럼 될 수는 없는데, 우리 상사는 홈쇼핑에서도 책 파는 사람이니께… 저 말빨은 못 따라갈 듯…
기 빼려서 난 점심 먹으러 가겠다고 했다. 갑자기 너무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매우 비싸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갔다. 혼자 앉아서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먹는데 필리핀 하루 최저임금 값이 나왔다. 와씨, 맛도 없었는데!!! 3,600페소 들고 와서 한 끼에 640페소를 쓰다니!
오후 미팅은 나 혼자 갔다. 우리 부스 반대쪽에 있는 곳이라 찾아가는데 좀 헤맸다. 가서 구매 담당자와 주력 상품에 관해 설명했고, 감사하게도 관심을 보였다. 이런저런 책과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책들 샘플을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미팅을 마무리하려는데 갑자기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를 부른다. 잉? 싶었는데 “이 친구가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좋아하냐고 했더니 이번엔 케이팝이라더니 ㅋㅋㅋㅋㅋㅋㅋ 누구요? 물으니 BTS, SVT 얘기했다. “오, 메이저를 파시는군요”라고 했더니 ATEEZ, 더보이즈가 나왔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산 더보이즈 성훈 인형 보여주니 자기 최애가 성훈이라더니. 꺄득꺄득 거리다가 실은 난 아스트로 좋아한다고 했더니 이 직원은 “요즘 그래서 가족 멜로 보고 있어요! 산하 너무 귀여워요!” 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케이팝 좋아하네~ 내친 김에 짱네모 보여주고 (차마 포카는 안 꺼냄… 언제나 가방에 있지만) 문빈 얘기에 약간 “Aww….”를 듣고 꺄득거리다 약간 현타가 왔다. “성경책 소개하러 와서 아이돌 얘기나 하다니요, 제 취미는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해 주세요.”라고 하고 미팅을 마쳤다. 여하튼 이 미팅이 제일 웃겼다.
첫날 상사 1이 “It’s my gift to you!”라고 준 책을 받은 사람이 다시 와서 고맙다며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나까지. 아 굳이… 노 할 걸 그랬나… 따라갔다. 상사와 그가 주로 대화를 했다. 상사는 영화 쪽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시놉시스를 쓰고 영화 제작 컨설팅을 한다더라. 둘이 “이거 봤어? 저거 봤어? 기생충 봤어? 신과 함께 봤어? 부산행 봤어? 오펜하이머 봤어? 기독교 영화 그거 봤어? 스필버그 최근 작품 봤어? The Chosen 봤어?” 하는데 실은 하나도 안 봄. 기생충만 본 척 함. -_- 너무 유튜브만 봤나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난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가 있는 걸 못 본다고요. 스트레스 받아서. 가족 멜로도 드럽게 재미없지만 긴장되는 순간이 없어서 그나마 보는 거예요. 차라리 소설책은 보겠는데…
그러고 오니 너무 피곤해서 6시에 그냥 호텔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수다쟁이 상사 2도 없었는데 너무 기빨려서요. 진심 저녁도 안 먹고 이메일 몇 개 끄적이다가 쓰러졌다. 너무 피곤해요. 진심 너어어어엉어무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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