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집으로 와서 지내고 있는데 인터넷 연결이 좋지 않아 동생은 부득이 회사로 출근해서 일하기로 했다. 나도 일하려고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카페에 가서 일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동생에게 새로운 인터넷 연결 비번을 받았다.

그럼 커피만 사들고 와서 집에서 일해야지~ 하고 왔더니 새 인터넷도 연결이 좋지 않았다… ㅡ.,ㅜ
그냥 깨작거리다가 12시에 내 고객 회사의 전 매니저와 만나기로 했다. 50 넘은 아저씨인데 매우 스윗하고 어제의 Fiasco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차이나타운 옆 인도네시아식 커리를 파는 음식점에서 만났다. 못 먹는 거 없는 나는 씐나게 카레를 먹었다. 먹으면서 “What’s up with your former boss?”라고 물으며 이것저것 얘기를 했다. 회사 설립자이신 친절한 아버지에 비해 회사를 이어받은 아들은 내 또래인데 매우 고집불통에 공격적인 대화 형식을 취했다. 웬만해선 남 욕 잘 안 하는 상사들도 그를 만난 다음에 “이렇게 기 빨리는 사람 처음이야! 성경을 팔면서도 이렇게 은혜롭지 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니!”라고 절규했다. ㅋㅋㅋㅋㅋㅋ 전 매니저도 동의했다.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그냥 최대한 마주치지 말고 모든 소통은 이메일로만 하라고 조언해 줬다. ㅋ 이야아… 너랑은 챗하고 재밌었는데 말야아~
밥 다 먹고 로컬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차이나타운을 배회하며 수다 좀 떨다가 헤어졌다. 집으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불현듯 ‘아, 빈이 벤치가 싱가포르에 있지??’ 하고 생각이 났다. 가야만…


트위터를 뒤져서 위치를 찾아내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까진 잘 탔는데 내려서 가는 길이 애매했다. 동남아 와서 처음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니기 시작했다. 내 양산이 아닌 동생 우산이 더 작고 편해 보여서 들고 왔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역시 암막 양산이 짱이야. 이렇게 다닐 줄 모르고 손풍기도, 손수건도 들고 오지 않은 내가 너무 미웠다.

땀에 절어 꾀죄죄한 내 모습. 저 우산 도움 1도 안 됨.

드디어 찾았다 빈이 벤치.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는 싱가포르 시내 전경. 저 멀리 보이는 Merlion.

멀리서 한 컷.
이렇게 찍고 나서 두 번째 벤치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아까는 제대로 지도를 보지 않아서 정반대로 돌아가는 바보짓을 했다. 이번에는 트위터 영상을 유심히 보고 잘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찾았다.

솔직히 벤치 만났다고 특별할 건 없다. 벤치에 새겨진 문구도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이미 지는 갔는데 누가 누구 보고 행복하라고 하는 거야. 근데 마음속 한켠에서 계속 보고 싶었으니까 보러 간 거고, 보니까 여기에 벤치 준비해 준 아로하 마음이 고마워서 잠시 앉아서 ‘덥지만 않으면 여기 앉아서 책이라도 읽고 즐기기에도 좋겠군’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같았으면 메시지 주변으로 스티커든 뭐든 열심히 쓰고 붙여놨을 텐데 싱가포르는 그러다가 잡혀간다. 그래서 벤치가 참 깔끔하다. 벤치를 마련한 아로하 마음만 고스란히 여기에 있구나 싶어서 좋았다.
빈이와 싱가포르 하면 칠리 크랩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근데 그건 싱가포르가 아니라 호주였지.

아스트로는 2017년에 리조트 월드 싱가포르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뭐 그냥 그때를 끼워 맞춰 보자고요.

두 벤치는 걸어서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는 방법은 트위터 참고.
아무튼, 이렇게 보고 너무 지쳐서 동생네까지는 그랩 타고 갔다.
짐을 다 정리하고 쉬고 있다가 가기 전에 맛있는 중국 음식을 먹기로 하고 지하철 한 정거장 옆에 있는 홍콩식 중국 음식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전력 문제로 Circle Line 지하철이 멈춰 섰다. 결국 나는 그랩을 잡아가기로 했고 동생도 그랩을 잡기로 했는데 지하철 운행 중단으로 그랩마저 잡기 힘들었다. 겨우 잡아서 도착했는데 동생은 그랩도 안 잡히고 버스도 사람이 너무 몰려서 늦게 도착했다. 동생 회사 근처에 병원과 국립대학교도 있어서 사람이 모두 모이는 바람에 인터넷도 잘 안 돼서 연락도 쉽지 않았다. 내 그랩 기사는 안 그래도 동생 회사 쪽에서 사람 하나 태워서 내려 주고 나를 태운 거라고 했다. 어이구, 이게 무슨 일이야…
밥도 맛있게 먹었고, 밥 먹는 동안 동남아 스타일의 폭우도 구경했고, 돌아올 땐 지하철이 재개되어 지하철 타고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왔다.
집에 와서 땀에 전 몸 한 번 더 씻고, 비행기용 옷으로 갈아입고, 졸다가 시간 돼서 그랩 불러 공항으로 갔다. 기사는 역시나 한국인에게 자기 한국 갔었다. 한국은 할랄 음식이 없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강원도 가서 눈도 봤다고 미주알고주알 쫑알쫑알… 음, 그래, 좋았겠네, 응 응… 이러다가 아파트 단지 지나가면서 “저거 내 아파트야.” 그러길래, “그래? 얼마나 커?” “별로 안 커.” “그래?” “근데 저만한 아파트가 50만 불이 넘어.” ㅋㅋㅋㅋㅋㅋ 나 안 물어봤는데. 또 다른 아파트를 지나가자 “저거 우리 처가댁이야. 우리 집보다 큰데 오래돼서 크기 치곤 그렇게 안 비싸.”라면서 또 금액을 말한다. ㅋㅋㅋㅋㅋㅋ TMI예요. 내가 여기서 집 살 것도 아니고 ㅋㅋㅋㅋㅋ
터미널 4에 갔더니 체크인도 무인, 짐 부치는 것도 무인, 출국 심사도 무인… 세상에 5분 만에 다 끝남. -_-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싶은데 심지어 1시 10분 출발 비행기는 3시에 이륙함. ㅡ.,ㅜ 매우 피곤하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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