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를 사용한 지 벌써 10개월이 넘었다. GPT-4가 출시되고 주변에서 혁신적이라고들 하기에 호기심이 생겨 간단한 교정·교열, 엑셀 함수 활용, 자막 한-일 번역, 그리고 영-한 번역 등에 활용해왔다. 주로 개인 취미 수준에서 활용하던 중, 01-preview가 9월에 공개되면서 업무 마케팅 문구 생성이나 회의록 정리 등에까지 도움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데이터 분석에까지 활용해 보았는데, 100% 완벽하진 않더라도 꽤 정확하고 인사이트 있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얼마 전 01-preview가 종료되고 정식 01이 나온 김에 번역 기능을 시험해보았다. 이미 출간된 번역서의 원본과 번역본, GPT-4(이하 “4o”)의 번역본, 그리고 GPT-01(이하 “o1”)의 번역본을 비교해본 것이다.
번역 비교
“The cross is not a momentary deviation from glory, but where we find a glory that is different from that of the world, different from what we would create for ourselves. And the courage of Elijah is seen not, first of all, when he is “owning” Ahab with figurative and literal firepower, but when, it seems, Ahab is “owning” him.” _ Russell Moore, The Courage to Stand
“십자가는 영광에서 잠시 벗어난 상황이 아니다. 십자가야말로 세상의 영광과 다른 영광, 우리 스스로 추구하는 영광과 다른 영광이 발견되는 장소이다. 마찬가지로, 엘리야의 용기는 불의 힘으로 아합을 제압하는 상황보다 오히려 아합에게 쫓길 때 더 분명히 나타난다.” _ 러셀 무어, 십자가를 통과한 용기 (두란노)
“십자가는 영광에서 순간적으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세상의 영광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영광과는 다른 영광을 발견하는 자리입니다. 엘리야의 용기는, 무엇보다도 그가 아합에게 비유적이든 문자적이든 강력한 능력을 보여줄 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합이 그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일 때 드러납니다.” _ ChatGPT 4o 번역
“십자가는 영광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이 아니라, 세상의 영광이나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낼 영광과는 다른 종류의 영광을 발견하는 자리입니다. 엘리야의 진정한 용기는 그가 비유적이든 문자적이든 불로 아합을 제압할 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합이 그를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드러납니다.” _ ChatGPT o1 번역
분석: 번역별 장단점
먼저 4o와 o1을 비교했을 때, o1이 맥락에 맞는 단어 선택을 더 잘하는 듯해 놀라웠다. AI가 번역할 때 필요한 추론 능력이 o1에서 한층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4o는 상대적으로 직역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o1 정도라면 사람이 직접 번역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번역서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And”라는 접속사 부분을 챗지피티 번역들은 대체로 생략했는데, 원본 문장이 의미하는 ‘앞뒤 문장의 병렬 구조’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번역서는 이를 놓치지 않고 “마찬가지로”라는 연결어로 처리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세심함은 성경적·신학적 배경을 이해하고 문맥적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번역가(혹은 편집자)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When, it seems, Ahab is ‘owning’ him” 구절이다. 문장만 놓고 보자면 o1의 “아합이 그를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가 가장 매끄럽고 정확해 보인다. 그러나 번역서가 이를 “아합에게 쫓길 때”라고 의역한 것은, 전체 맥락(엘리야가 아합으로부터 도망치는 성경 속 장면)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알지 못하면 나오기 힘든 표현이라 느껴졌다. 의역을 함으로서 선행 문구와의 대조는 사라졌지만, “영광에서 잠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엘리야의 상황이 바로 엘리야가 두려워하며 “아합에게 쫓길 때”이고 그때 “다른 영광”, 즉 십자가가 보인다는 게 정확히 느껴졌다. 의역을 통해 본문의 함의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AI 번역의 한계와 오류
이처럼 AI 번역은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미묘한 표현이나 신학·역사·문화적 맥락이 중요한 텍스트를 다룰 때에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십자가” 같은 종교적 개념이나 “영광”이라는 철학적·신학적 단어는 대체로 단순 직역에 의존하기 쉽다. 그 결과 원문이 의도한 함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거나 빼버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행간’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해야 하는 번역 작업에서 AI가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하다.
o1에서 “다른 종류”라고 표현한 부분은 아쉬움이 있었다. 원문에 없는 “종류(kind)”라는 단어를 덧붙임으로써, 십자가가 전혀 다른 차원의 영광이 아닌 마치 여러 영광 중 하나인 것처럼 묘사된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 4o는 “firepower”를 “강력한 능력”으로 번역하면서 figurative(비유적)라는 표현에만 치중한 부정확한 번역을 보여준 점도 아쉬웠다.
결론: 협업으로 완성되는 번역
일반적으로 번역서가 출간되기까지는 번역가 → 편집자 → 교정자(편집자가 혼자 교정을 보기도 함)의 다중 검토 과정을 거친다. 초벌 번역을 맡은 번역가도 여러 차례 탈고를 거치지만, 결국 편집자가 원문과 대조하며 교정을 보고, 교정자가 다시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번역은 완성도 있게 다듬어진다.
AI 번역이 고도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AI를 ‘초벌 번역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시간·노력 측면에서 큰 이점을 준다. 번역가와 편집자는 텍스트의 진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맥락과 행간을 세심하게 보완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렇게 협업하면 번역의 품질도 높아지고, 편집자와 교정자가 부담해야 할 작업량도 줄어드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봤듯, 아직까지는 AI 번역만으로는 완벽한 의미 전달을 보장하기 어렵다. 번역서는 사람이 직접 여러 번 손을 거치며 문장을 다듬고 문맥을 조율하기 때문에, 때로는 AI가 따라잡기 어려운 정교함과 통찰을 담아낼 수 있다. 물론 언젠가는 AI가 더욱 발전해 ‘행간의 의미’마저 능숙하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 번역하고 교정하는 과정이 여전히 유효하고, 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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