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부장이 퇴사를 고려 중이라는 것을 O 팀장을 통해 들었다 .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안다. 회사가 그의 근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실제 야근 기록과 CCTV를 대조했을 때 근무 시간이 맞지 않는 것과 연차와 반차 사용 빈도가 잦은 것이 누적된 것이 화근인 듯하다.
S 부장은 이미 건강과 가족 문제로 힘든 상황에서, 회사가 CCTV와 출근 기록을 근거로 시말서와 징계위원회까지 언급한 데 대해 “정말 이 정도 사안으로 이렇게까지 몰고 가는 건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강경 조치를 당하자 배신감과 자괴감이 한꺼번에 몰려온 듯하며, 회사가 사실상 ‘퇴사’를 유도한다고 느끼는 듯 했다. 특히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부장이 차라리 남은 휴가를 쓰고 이후 무급 휴직을 하면 안 되겠냐고 하자 본부장이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느냐”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추측하기로는 본부장도 빈번한 반차와 유연근로는 묵인해 줬지만 정시 전에 퇴근한 점에서 배신감을 느껴 더 이상 그를 감싸주는 지 않는 것 같다.
대체자가 있는가?
S 부장은 웹 기획과 개발 관련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회사나 이벤트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디자인·개발 업체를 조율해 왔다. 그가 빠지면 누가 대신할지 막막하다. 내 선에선 대체자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팀장은 G 부장을 거론했다. 다른 부서 이벤트 페이지 기획도 그간 그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에 디자인과 웹 기획에 대한 대체자가 없다면 퇴사한 S 부팀장을 다시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퇴사 또한 부장 때문이었기에 부장이 떠난다는 소식을 들으면 돌아올 지도 모르겠단 실낱같은 희망을 건다.
S 부장은 웹사이트 기획과 운영 외에, 콘텐츠팀 소속 디자이너와 퍼블리싱 등을 총괄해 최종 결과물을 승인하고 프로젝트 일정도 관리해 왔다. 본부 내외의 협업에서 사실상 중심 역할을 맡아 왔기에, 그의 자리가 비면 진행 중이던 여러 작업의 인수인계를 누구에게 해야할 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가 성실히 해 온 것도 아닌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 공백이 느껴지긴 한다.
또 다른 문제: 디자이너들의 부재
더 큰 문제는 S 부장만이 아니라 부장이 이끄는 팀의 디자이너 둘도 잇따라 떠난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퇴사를 결정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수습 기간 후 정식 채용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 (손도 느리고 사회성이 모자라다고 했다.) 새로운 디자이너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S 부장은 “O 팀장이 알아서 면접 보고 결정하면 되잖아”라며 모든 부담을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듯했고, O 팀장 입장에서는 부장의 퇴사와 디자이너 공백까지 감당해야 하는 형국에 황당해 했다. 아마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버티지 못하는 부장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렇게 말했겠지만 남을 우리는 끝까지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O 팀장과 나의 대비
S 부장의 갑작스러운 퇴사도 부담이 큰데, 디자이너 두 명이 동시에 팀을 이탈하는 문제도 전체 업무를 흔들고 있다. O 팀장과 나는 부장이 해 온 웹 기획과 시스템과의 소통 방식을 익혀야 하고 누가 그의 업무를 가져가든 인수인계가 잘 되도록 지원하거나 담당해야 한다. 회사가 어떻게 조직을 개편하든, 결국 현장에 남은 사람들에게 책임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에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D 본부장의 현재 상태
본부장의 상황도 쉽지 않다. 그동안 S 부장의 근태 문제를 암묵적으로 용인했다는 책임을 회사에서 묻는 듯하고, 연이은 인력 이탈로 본부가 흔들리는 만큼 본부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크다. 최근에는 본인이 회사에 오래 남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강구하지 못한 점이 이미 그의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긴 했다. 내가 볼 땐 그는 본부장 위치에 올라설 때부터 위축되어 있던 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옆 부서의 Su 부장도 곧 육아휴직을 시작한다. 본부 전체적으로 관리자가 빠지는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팀에서 가시적인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며, D 본부장이 본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
단기적으로는 S 부장이 맡아 왔던 웹 기획과 디자인·개발 조율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일정까지 꼼꼼히 인수인계를 진행해야 한다. 근데 누구에게?? 그리고 언제? 부장은 초반엔 6월 퇴사를 얘기하더니 팀장과의 대화가 마무리 될 때 즈음엔 3월을 언급했다고 한다. 책임은 1도 없는 건지 진짜 방전 상태인 건지…
디자이너 공백이 생긴 부분도 조속히 새 인력을 보강하거나 내부 조정으로 메워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조직 자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리더 역할을 분산하고 직격탄을 맞을 부장의 팀원들을 다독여야 할 것이다. 그 팀을 하나로 묶을 리더는 누구로 세워야 할까.
언뜻 보면 S 부장 혼자 문제를 일으키다 떠나는 것 같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오래도록 회사가 방치한 근태 관리와 불투명한 리더십 등이 겹쳐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결국 한 사람의 퇴사로 끝날 일이 아니라 회사 운영 전반에 큰 흔적을 남기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다. O 팀장과 함께 남은 업무를 정비하고, 팀이 무너지지 않도록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도 최근 팀장의 업무를 일부 넘겨받아서 업무가 늘었고 팀장은 실무에선 여유를 가지는 대신 팀을 더 확실히 관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장이 빠지면 둘 다 실무가 상당히 늘어날 것 같다. 팀장은 나보고 웹기획을 배워 볼 생각이 없냐고까지 했다. 그만큼 모두가 일당 백을 하고 이제는 그 이상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서 난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