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의 퇴사는 결국 나의 승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부장이 겸직하고 있던 팀장 자리에 내가 발령되고, 기존 팀에서 영업 팀을 분리해 신설하여 3팀 체제가 될 예정이다. 부장직은 O 팀장이 겸하게 된다.
지난주에 제안이 들어오고 바로 결정이 났으며, 인수인계도 두 시간 정도 구두로 받은 게 전부라 지금으로서는 팀장으로서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우선 부장이 준 인수인계 엑셀 파일을 살펴보며 큰 덩어리로 업무를 분류하고, 그중에서도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핵심 업무들을 뽑아봤다. 그러고 나니 조금씩 그림이 잡히기 시작했다. 부장이 남긴 다른 자료들도 꼼꼼히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윤곽을 잡은 것만으로도 안도가 된다.
인수인계 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팀원 관리다. YB와는 함께하는 업무가 있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지만, SA와 EE와는 대화가 거의 없었다. 사실 내가 일부러 이 친구들과 교류할 일이 없었다. 업무적으로 교차하는 부분이 없었고, 부장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었기에 굳이 관여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괜히 엮였다가 부장이랑 삐걱댈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각 팀원들과 친해져야 한다. 아아… 너무 힘들 것 같아. 나 나름 I라고… 벌써부터 스트레스야! 여하튼, 팀원들의 성향과 지금 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 회사에서 얻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해야겠다. 각자의 업무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새로 오는 디자이너와도 팀이 잘 융화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YB에게 미리 언질을 주기 위해 짧게 미팅을 가졌다. 내가 팀장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하자, 이미 부장이 금요일에 “비밀인데…“라면서 알려줬다고 한다. 뭔 대외비처럼 서로 전달하지만 다들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 ㅋㅋㅋㅋ 알고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그리고 고맙게도 YB는 내 인사발령을 반겨주었다. 팀원들도 환영할 거라고 했다.
우선 부장의 부재와 향후 인사발령에 대한 공유가 없어서 팀원들은 자신들이 소외된 것 같고 방치된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내적으로는 동요하고 있지만, 서로를 위해 아닌 척하며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가 와서 자신들의 역할과 방향을 정리해 주길 바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착하고 자기 일은 알아서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리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자주 출근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지는 부장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과, 그가 퇴사하고 리더의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은 팀원들에게도 꽤 부담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팀원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변변한 대화도 안 나눠봤고, 월간 회의에서 얼굴 본 게 전부였음에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안도가 되었다. 이 순둥한 녀석들은 나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길래… 앞으로 팀원들의 호감을 사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지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리더십 있고 기댈 수 있는 팀장이 되어야겠다는 부담감도 느껴진다.
여하튼, 선임사원이긴 하지만 부팀장 격인 YB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다. 각 팀원의 업무 파악과 재분배는 새로 온 디자이너가 적응한 후에 살펴보자고 했다. 우선 나는 두플러스에서 진행해야 할 업무 위주로 스케줄을 이끌어가고, 그 외 .com 관련 업무는 GS 부장에게 물어보며 파악하기로 했다. YB도 그쪽 업무를 잘 모르는 상태라, 나도 모른다고 하니 걱정하는 눈치였다.
긴장이 된다. 가슴이 뛰고. 내 능력 이상의 책임을 떠안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나를 도와줄 손길이 있다. 그 손길을 붙잡고 어떻게든 진행해 보려고 한다. 아우… 갑자기 아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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