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부리는 팀원은 없다. 전 부장이 어찌나 순종적이고 알아서 잘하는 착한 아이들을 뽑아놨는지… 서로 일거리가 없으면 알아서 일할 거를 찾고 내 컨펌이 필요하면 수시로 나를 불러 확인하고 잘 하는 친구들이다. 게다가 신기하게 여기에는 P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제일 어린 팀원 마저도 배운 걸 적고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거에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내가 제일 P 같아서 심란해 죽겠다.
다행히 팀원들은 나에 대해 호의적이다. 고맙게도 BM도 나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줬다. 아무래도 내가 전 부장 외에는 대면해서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어서인가 보다. 왠만해선 “하면 되지, 고치면 되지” 이런 식으로 진행하니까 그런 것 같다. 일 못하는 타 팀원이 버벅여도 “왜 이렇게 못해?” 같은 리액션은 안 하고 “언제까지 돼요? 다시 확인합시다”라고 넘어가니까 내가 사람이 좋은 것처럼 보이나 보다. 실은 빡쳐서 말 섞기 싫어서 그러는 건데.
이렇게 아이들이 알아서 잘하고 내 인상도 나쁘지 않은데 내가 힘든 이유는 두 가지다.
1. 나는 I다.
애들도 I다. 근데 친하게 지내려니 진짜 노력하고 오버해서 애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부장처럼 사소한 거로 수다를 떨지 못한다. 내 개인사까지 털어가며 지난 금요일 회식 때 대화를 이끌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정말 지쳐서 죽을 거 같았다. 그 시간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대화가 지친다. 애들 표정 파악하랴, 회사 욕은 적당히 하랴, 동기부여 해 주랴, 좋은 선배 노릇 하랴… 아 기빨려…
오전 큐티도 사담 없이 끝내고 싶은데 애들이 아쉬워하는 거 같다. 얘들아 미안해. 내가 여러 명을 이끌어 본 적이 없어. 두 명이 최대야. 허허허허허허… 그리고 난 수다를 길게 떠는 사람이 아니라고…
오늘 회의에서 부장과 사담이 섞인 회의를 하는데 워크숍 얘기가 나왔다. 옆팀과 합쳐서 워크숍 가자길래 “일단 나부터 애들하고 친해지고요”라고 대답했다. 본부장은 “이미 친해진 거 아니야?”라고 했고 부장은 “그래, 애쓰는 게 보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씨… 티나나…. 애들도 불편해 하는 거 아니겠지?
솔직히 말하잖아? 전 팀원 애들과도 그렇게 친하진 않다. ㅋㅋㅋㅋ 대화가 중간에 끊긴다. 3년을 같이 했는데 ㅋㅋㅋㅋㅋ 나도 너무 선 긋나.
2. 나는 비전문가다.
이 팀의 주 업무가 화면 기획 – UXUI 디자인 – 퍼블리싱인데 내가 전혀 해 보지 않은 업무다. 부장은 전문 지식은 바라지도 않고 팀의 일정 관리와 진행만 체크해 달라고 하는데 생각 외로 내가 결정해 주고 판단해야 할 업무가 많다. 화면 기획에 있어서도, 퍼블단에서 확인해 줘야 할 것도, 디자인도… 무엇보다 일 만들어서 시켜야 하는데 애들이 정확하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능력 파악이 안 되다 보니 일 시키는데 미적미적… 내가 봐도 좀 찌질하다.
아직은 제정신이라서 일정을 잘 끌어나가고 있지만 언제 빵꾸가 날 지 모른다. 그 전에 빨리 애들 업무를 잘 이해해야 할 텐데. 업무 외 시간을 들여서 아이들의 업무 스코프를 배우는 건 무리다.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고, 덕질도 한몫한다. 4월 18일까지는 조금 자제하고 업무 파악에 집중해야겠다.
나의 바람은…
자연스럽게 애들과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가 오바쌈바를 하진 않아도 평소보다는 텐션을 많이 끌어 올려 일하고 있다. 회의도 내가 주도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좋겠다. 이렇게 가다간 나 진짜 지쳐 나가떨어질 것 같다.
아직 기존 업무를 다 털어내지 못했다. 앞으로도 완벽하게 털어내진 못할 것 같다. 그래서 회의도 많고 머리 쓸 일이 많다. 기존 콘텐츠 기획 업무에도 신입사원이 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 충분히 정보를 주고 피드백을 줘야 한다. 나의 직속이 아니더라고 내 책임이 일부 있다. 하루 빨리 잘 자리잡게 도와서 내 일 좀 가져가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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