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장제원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었고, 최근 피해자 측에서 관련 영상까지 공개되며 여론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는 가족과 지인에게 전하는 말이었고, 고소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장제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의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죽음 앞에서 아무렇지 않을 순 없다. 한 사람의 생이 그렇게 끝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비극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그는 정말 절망해서 죽은 걸까?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 죽음을 선택한 걸까?”
죽음은 끝이 아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떠오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역시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 직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다.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책임을 진 것인가, 도망친 것인가?’
죽음은 모든 것을 덮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고통의 시작이다. 고인의 죽음으로 인해 피해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고, 사건의 실체는 미궁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죽었으니까”라며 그에 대한 비판도 멈춘다.
하지만 그건 정의도 아니고, 책임을 지는 행위도 아니다. 죽음이 면죄부처럼 여겨지는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
정신과 전문의 나종호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자살이 명예로운 죽음으로 포장되고 모든 것의 면죄부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포장할 필요는 없다. 죽음은 누군가의 생을 안타깝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삶의 책임마저 지울 순 없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책임, 명예, 죽음이 뒤엉켜 있는 시대다. 정의 앞에 서야 할 이들이 죽음을 택하고, 그 죽음은 책임이 아닌 비극으로 포장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 죽음을 애도해야 하나?
- 책임을 물어야 하나?
-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이런 고민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태도는 분명한 것 같다.
“개인은 진실 앞에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고,
사회는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공인의 책임은 무겁고 사회가 만들어내는 여론 재판은 무자비하다. 이 두 극단이 부딪히는 곳에서 ‘죽음’이라는 비극이 일어난다. 그 누구에게도 답이 되지 못하는 결론이…
버티다 끝내 사라진 사람들
문빈이 떠났을 때, 많은 팬들과 멤버들은 그 죽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빈이의 죽음이 그에게는 ‘종결’이었을 수 있지만 그 종결은 팬들에게는, 그리고 멤버들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남아 있다. 그 숙제 앞에서 나는 고민하기를 멈췄다. 파고들면 파고들 수록 아프기 때문에. 아무리 남은 자들이 미화하려고 해도 그의 마지막 속내를 완전히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김새론 배우 역시 몇 년을 더 버티다 결국 자살했다. 공개된 편지에 따르면 빈이의 죽음 이후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마음도 다 닳아버렸나 보다.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고통 사이에서 끝내 사라졌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아니지만, 고인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김새론의 유족은 그가 미성년 시절 김수현과 6년간 교제했다고 주장하며, 대중에게 죽음의 또 다른 서사를 던졌다. 진실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 폭로가 만들어낼 또 다른 파장은 이미 가늠이 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누군가는 또다시 죽음의 문턱에 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죽음조차도 대중에겐 또 하나의 가십거리로 소비되고, 유족은 비난을 받거나,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진실은 확인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되겠지.
“죽음으로 모든 걸 끝내는 시대”가 싫다
진짜 자기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서든, 버거운 삶의 무게 때문이든,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나는 이 구조가 싫다. 남겨진 이들이 계속해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싫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쓰러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간은, 살아서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살아서 사과할 수 있어야 하며, 살아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은 절대 끝이 아니다. 그건 남은 이들에게는 또다른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멍울처럼 남는 고통이다.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 남은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더 아프지 않게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 아닐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