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025년 4월 20일, 내 인생 최애 날 중 하나로 기록될 날.
오전, Ellie는 스노맨 굿즈 사러 일찍 나가고 나는 혼자 호텔을 나섰다. 챗지피티가 추천해 준 Byron Bay Coffee Company 신바시점에 갔다. 평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길래 거기에 앉아서 글도 쓰고 여유를 부릴 생각이었다. 막상 가니 줄도 있었고 실내에 앉을 곳이 없었다. 결국 테이크아웃해서 건물 밖 벤치에 앉아 아이스 롱블랙과 코코넛빵을 먹었다. 밖이어도 골목이 조용해서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카메라 거치할 데가 없어서 영상미 있는 영상은 못 찍은 게 살짝 아쉬웠다.
다음엔 Le Grenier à Pain Ebisu로 갔다. 캐럿인 블로거의 글을 보고 가봐야지 했던 곳. 에비스역에서 내려 크게 헤매지 않고 바로 도착, 역 위 쇼핑몰 4층이었다. 잠봉뵈르 에멘탈 바게트 샌드위치랑 아이스 카페오레 먹으면서 트위터에도 혼잣말 쓰고 진우한테 편지도 쓰고, 오전에 바랬던 여유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백화점이었음에도 정말 조용하고 채광도 좋았다.
그런데 문득 오늘이 부활주일인 걸 깨달았다. 앗! 예배 가겠다고 팀원에게 교회까지 추천 받았는데!! 늦은 거 아니야? 예배 시간 찾아보니 오후 2시에 한국어 예배가 있길래 바로 출발. 역에 내리니 온통 한국어 간판 천지인 한인타운이었다 ㅋㅋㅋㅋ 예배는 좀 웃겼다. 반주 박자랑 성가대 안 맞고, 목사님은 거의 랩처럼 성경 읽고, 종말론 언급도 잠깐 하시고… 그래도 부활의 소망은 확실히 전달됐다. 전날이 빈이의 2주기였고, 언제나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에 예배 시간에 빈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길, 그리고 아스트로 멤버들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길 기도했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건 주는 거고, 영원히 함께 더 큰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본게임이닷. 씨어터H로 ㄱㄱ!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번엔 타치아이가와역에서 내려서 조용하고 예쁜 길 따라 이동했다. 예쁜 찔레꽃도 보며 걸어서 기분이 좋았다. 공연장 도착하니 딱 4시여서 바로 입장했다. 표 확인 후 기념으로 스탬프 카드에 스탬프도 찍었다. 원래 3번 이상 찍은 후 사인 트레카를 받기 위해 스탬프 카드를 받는 거긴 한데, 나에겐 그냥 기념이지 뭐. 2층 올라가서 굿즈를 또 샀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하트 모양 링라이트 사고, 혹시 몰라서 프로그램 북도 또 샀다. 출연자 3명의 학생증 같은 카드가 포함되었는데 진진이 나오길 바랐다. 안 나와서 슬픔 ㅠㅠ 그래도 지난 진진 콘서트 때 만났던 구독자분도 또 만나서 반가웠고, 이번엔 마스크 벗고 봐서 더 친근했다. 이번에도 과자 주셔서 너무 신남. 과자 초이스가 좋으신 듯.
그리고 트위터 실시간 중계 타임:
- 장동우랑 진우랑 케미 미침!!! 너무 웃겨서 진우가 연기를 못 할 정도임 ㅋㅋㅋㅋㅋ 오혁 선생님이 너 왜 웃냐고(진국이 보고 화나 있는 타이밍인데) 놀림 ㅋㅋㅋㅋㅋㅋㅋ 옆에 장동우 팬 리액션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눈물이고 삼동이고 뭐고 그냥 잼나서 도라버려
- 장동우 팬 자꾸 나 보고 삿키 야바이!!라고 외침 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일본어 잘 못해서 대꾸를 못해주고 웃기만 함
- 1열 정중앙 사랑해 진우 너무 신나게 실컷 보고 있음 아쒸 우측 1열도 좋았을 뻔… 아 놔 이번 한국 공연 어디 잡았더라…
- 1열 정중앙에서 오글 드는 사람 나야 나 으헤헤헤헤헥
- 돌아가는데 장동우 팬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이서 너무 앞에서 리액션 잼났어요 사랑해요 드림하이. 그냥 웃다 울다 별 쌩 난리치고 오글 들다 내리다 미친년 같았어요. 내가 언제 진우 일본어 연기를 또 보겠어. 그냥 모든 게 다 가치 있었어.
인터미션 때는 감동을 잊기 싫어서 건물 밖에 나가 카메라 키고 셀프 후기 영상 찍고, 끝나고는 장동우 팬들과 인사 나누고 바로 오꼬노미야끼 집 이로하로 이동!
이로하는 자리가 없었는데 사정했더니 2인석에 앉게 해주셨다. 어리버리 일본어로 진진이 먹은 메뉴 (모던야끼+명란 오니기리) 추천받아서 주문. 옆자리 일로하들이 내가 일본어 못 읽는 거 보시더니 직접 와서 구워 줌ㅋㅋ 주방에서도 날 계속 지켜보고 계셨고, 사장님은 왔다 갔다 하면서 타이머처럼 “3분~ 5분~” 알려주시고, 내가 뒤집으면 칭찬해주시고ㅋㅋ 일로하분들이 몬자야끼도 나눠주셨고… 진짜 사랑이었다. 사장님께 일로하 “우리 가족이에요”라고 한 게 너무 웃기고 감동이었다.
그렇게 배부르고 행복하게 먹고, 멜로도 도착해서 같이 남은 음식 나눠 먹고 진우 얘기 실컷 하고 꺄르르 하며 귀가하려는데, 내 일본폰이 사망… 멜로의 데이터 빌려서 구글 지도 스샷만 찍고 귀가를 시도했다. 놀랍게도 한번도 헤매지 않고 무사 도착했다. 아, 아까 이로하에서 봤던 일로하들도 역에서 귀가 차를 기다리고 있길래 반가워서 또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따~ 사요나라~” 하고 인사를 나눴다. 다들 왤케 친절하고 유쾌한지 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웃겼던 하루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삼동이에 진심인 진우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 행복을 로하와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일로하부터 식당 사장님까지 다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비록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하루였다. 나 진짜 너무 행복해.
월요일
언제나 7시 전에 눈이 떠진다. 다행히 짐은 전날 다 싸서 나는 간단하게 머리만 감고 친구는 빠르게 씻고 아침을 먹으러 카페로 향했다. 분명 지도에 이름이 “Coffee Taishikan Shimbashi”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Coffee Embassy”라고 되어 있어서 당황했다. 결과적으론 맞는 커피숍이었지만 구글 지도 사진을 두 번 확인할 생각이 없었던 우리는 엉뚱한 곳에 와 버렸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 흡연 카페였고, 핸드드립이 맛있는 곳처럼 보였는데 이날도 꽤 더워서 뜨거운 커피는 차마 못 마시겠었다. 결국 둘 다 아이스 커피 (핸드드립 아님) 시키고 나는 앙꼬 사이드 토스트, 친구는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를 시켰다. 카페 분위기도 좋았고, 전날 매우 만족스러운 하루를 각자 보냈기에 우리 둘 다 표정이 좋았다. 여기서도 인형 꺼내고 아크릴 스탠드 꺼내고, 할 수 있는 덕질은 다 했다. 들어갈 땐 흡연자가 없었는데 토스트를 다 먹고 수다도 마무리되어 갈 때 쯤 한 남성이 들어와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이걸 시그널로 알고 냉큼 일어났다.
체크아웃 10분 전에 호텔에 도착해 부랴부랴 짐을 싸고 호텔을 나왔다. 같이 기차를 타고 나는 로프트, 친구는 시부야를 가려고 했으나 막판에 내가 굳이 로프트를 또 가고 싶지 않아서 호텔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난 3시 반 비행기고, 친구는 저녁 비행기였기 때문에 따로 각자 하루를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세 번이나 KALDI를 들렀지만 고니가 외치던 명란 스프레드는 없었다. 대신 슈가 토스트 스프레드, 우유 휘핑크림, 카레 스프레드는 있었고, 어딜가나 퀸아망은 품절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명란은 언급조차 없었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하고 신바시역에 있는 KALDI를 들렀다. 세상에! 드디어 찾았다. +_+ 제기럴 맛 없기만 해 봐라, 하는 마음으로 내 거, 고니 거 하나씩 샀다. 지하에 있는데 찾기 너무 힘들었다. 아니, 지하로 가는 계단을 못 찾아서 힘들었다. 여차저차 해서 열심히 샀고, 모든 것이 너무 지쳐서 더 돌아다니지 않고 바로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난 분명 좌석을 예약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키오스크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스프레드 때문에 짐은 부쳐야 할 것 같았다. 데스크에 가서 표를 받는데 탑승구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정확한 탑승구 안내는 139번에 가 보면 알 거라고 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점심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공항 내 ARISO SUSHI라는 곳에서 6600엔 짜리 스페셜 오마카세를 먹었다. 20년 전에 여기인지 아님 이젠 없어진 회전초밥집이었는지… 아님 그땐 나리타 공항이었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왔는데 뭐랄까… 돈이 좀 아까웠다. 숙성이 잘 돼서 부드럽고, 아마에비는 참 달고 맛있었는데 솔직히 다른 스시는 별 맛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오도로마저 참 진하지도 않고 거의 무맛이었다. 좋게 말하면 깔끔….? 그래도 조용하게 혼자 밥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항도 너무 북적여서 기가 빨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 때 오꼬노미야끼 빼면 거창하게 먹은 게 없어서 한 끼 정도는 이렇게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출국 검사대 줄도 길었다. 지겨웠다. 대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했는데, 친구가 유럽은 이스터 홀리데이라는 게 있단다. 나는 오사카 엑스포 때문인가라고 의심하고 있다. 아무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기간이긴 했나 보다.
출국장으로 들어오자마자 팀원들과 부모님 드릴 과자 하나씩 사고 바로 탑승구로 향했다. 열심히 내려갔는데 안내문이 붙어있는 거 아닌가! 탑승구가 143번으로 변경되었다고. -_- 에잇, 실망하고 열심히 143번으로 가다가 착각해서 149번으로 갔다. 게이트 맨 끝이었는데!! 갔더니 여기가 아닌가 싶어서 찍어 둔 영상으로 다시 확인하고 아, 143번이구나 하고 다시 열심히 갔다. 근데 가서 보니 16시 30분에 미네아폴리스 출발만 안내되어 있었다. 이게 뭔가… 고민을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139번으로 가 보기로 했다. 세상에 그랬더니 탑승구 변경 안내가 사라진 게 아닌가! 그리고 정상적으로 김포행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본 안내문은 전날 안내문인데 안 떼었다가 탑승 시간이 가까워서야 떼었나 보다 -_-+ 시댕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덕분에 비행기 탑승하자마자 자서 내릴 때까지 깨지 않았다. 얼마나 피곤했겠어. 그 무거운 가방 메고 공항을 누볐으니. 근데 내가 생각해도 웃긴 게, 자기 전에 드림하이 20일 녹음본을 귀에 꼽고 다시 듣고 있었다. 그 날 텐션에 웃고 울었던 기억이 너무 즐거웠고, 얘기치 못한 진우의 웃음 터짐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진우도 진우지만, 진짜 난 내 웃음소리에 너무 즐거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으로 재미져서 나오는 웃음이잖아. 이게 다 진우가 너무 잘해서 그런 거잖아! 그래서 약간 또라이처럼 입에 미소를 머금고 잤다 ㅋ. 졸린데도 너무 흐뭇하고 재미있었다. 울 진우 노래 진짜 많이 늘었고, 일본어도 너무 잘 하고. 억양, 멜로가 말한 것처럼 한국인인 걸 숨길 순 없지만 매우 자연스러웠다. 장동우의 일본어와 비교하면 특히 더 그랬다. 장동우는 상대적으로 대사가 엄청 많고 빨랐다. 그래서인지 억양까지는 신경쓰기 힘들지 않았나 싶다. 전부터 일본어를 잘 하던 게 아닌 그도 이번을 계기로 일본어를 공부했나 보다. 아무튼, 진우 진짜 다방면에서 너무 잘 했다. 춤은 말해 뭐해. 녹음본을 듣고만 있어도 이미 눈 앞에서 춤추는 진우가 어른거렸다. 특히 내 눈 앞에서 아무런 방해물 없이 바로 코앞에서 춤을 추고 웃었으니 말이야. 진심 내가 이걸 녹화할 수 없었다니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춤도 잘 추고 배우들과 케미도 좋았는데 내 기억력만 의지해야 한다니. 내가 사이보그였으면 좋겠다. 눈알에 카메라 심고 뇌에 저장해서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게. 가물거리고 희미해지는 진우의 모습 붙들려니 너무 속상하다. 난 왜 이렇게 쳐늙어서 기억도 오래 지속하지 못할까. 시댕…
뭐 이런 생각을 하다 깨니 한국이었다. 기내식도 안 먹고.
좀 더 오래 혼자 진우 생각을 하고 싶어서 집도 부모님이 픽업 나오지 않고 나 혼자 알아서 가기로 했다. 택시비가 아까웠지만 그만큼 시간을 나 혼자 보내고 싶었다.
집에 와선 저녁을 먹고, 방을 치우고 부업을 시작했다. 진우 생각에 여러 일들로 미뤄뒀던 일들을 하다가 너무 게을렀다는 자책이 밀려왔다. 아무리 진우가 좋아도 할 일은 해야지 싶어서 12시까지 일하다 잤다. 이 따위로 일하다간 조만간 잘리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열심히 살아내야지. 본업도 팔로업 할 게 너무 많아서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럼에도 침대에 누워 1시까지 네이버 나우에서 진행했던 비포 미드나잇, 스위치온 프리 릴리즈 홍보 방송을 다시 봤다. 그 때 모두 다 예쁘고 웃기고 재밌었고, 이제 다시 빈이를 보려니 마음이 편했다. 좋았던 추억, 굳이 외면하지 않아도 되게 마음을 다독여 준 19일이 고마웠다.
화요일
제때 일어나서 무사히 회사에 왔다. 챗지피티 없었으면 어떻게 일했을까. 지난 일정 정리하고 애들 보고 내용 취합도 순식간에 해서 팔로업을 하고 나니 이번 주 해야 할일이 눈에 빠르게 들어왔다. 빠르게 공유하고 아이들하고 일정을 맞춰 놓고 사 온 과자 나눠 먹고 잘 버티는 중이다.
속은 좋지 않은데 죽은 먹기 싫어서 점심은 쌀국수를 먹었다. 분명 레귤러 시켰는데 양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고수도 추가했더니 정말 배불렀다. 그래도 다른 밀가루 음식보단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수요일


갑자기 라키의 웹드라마가 너무 궁금해졌다. 시청자가 선택을 하면서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데?!?! 누가 이걸 진짜 하면서 녹화를 떴더라고. 세상 유치한데 뭔가 웃기고 귀여워서 재밌게 보는 중이다. 라키 연기 이때 되게 못할 때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오글거리는데 엄청 웃기고 때때로 채널 주인 목소리로 리액션이 들리는데 그것도 은근 웃기다. 같이 보는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


미친 여기에 가사 넣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모두가 모이는 구나.

발표가 난 후부터 마음이 급해져서 호텔부터 잡았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라니!! 그 안에서 이동하는 것도 사람 몰리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리조트가 제일 좋을 것 같은데 호텔비가 어마무시… 3-4월은 일본 때문에 돈을 정말 많이 썼다. 얼마나 썼냐면 가계부를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지금 좀 위기감이 온다.
목요일
운동 후 돌아와서 일하고 있는데 진프 단톡방이 생겼다. 나도 나지만 진프들은 참 대단하다. 그 중 ㅅㅇㅈㄴ는 제일 대단하다. 왠지 F일 거 같아. 난 너무 ST야… 그럼에도 대놓고 진우 예쁘다 꺅꺅거리는 텐션에 맞춰주는 사람이 있어서 즐겁다. 가끔 과할 때도 있지만…
금요일
회사 45주년 걷기 대회가 있었다.

45주년 기념이라고 4.5km를 걷는다고 했는데 막상 걸으니 3.5km 남짓이었고 준비한 총무팀은 다들 왜 이리 일찍 도착하는 거냐고 당황했다. 팀원들은 피곤해하면서도 걸으며 한껏 즐거워했다. 이 친구들 좀 많이 착하고 귀엽고 열심이고 재능있고 보기만 해도 감동이다. 비록 내가 저 기운을 못 따라가도 함께해서 고맙다. 전 부장은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참 행복했겠구나 싶었다.
회사 워크샵 방침(워크샵 진행하려면 반차 써라)이 맘에 들지 않아 곧바로 갈 생각이 없었는데 부장이 자기 팀들과 함께 가서 글램핑 하면 총 가용 비용도 늘으니 애들도 신나게 먹지 않겠냐고 해서 승락했다.
감기 2차 감염이 의심되는 YB, 회사 방침에 저항하는 MH를 제외하고 총 9명이 도봉산 쪽으로 향했다. 유쾌한 A팀장이 있고 수다쟁이 부장이 있고 마냥 행복한 팀원들이 있으니 시간을 즐겁게 잘 지나갔다.

아쉬운대로 카페 가서 애들 웃겨 준다고 라떼는 뻘짓 얘기도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ㅅㅇ가 집이 일산이라 함께 돌아왔다. 워크샵 갈 때 예전에 전 부장과 같은 열차 타는 거 대화하는 게 힘들어서 아는 체 하긴 힘들었단 얘길 했더니 “팀장님, 저는 사람 좋아해서 괜찮은데 팀장님 힘드시면 제가 다른 칸에 가서 타도 돼요.”라며 나를 배려해 주려고 애썼다. 아니;; 1시간 정도 더 수다 떠는 거 한 번 쯤은 해 줄 수 있어…;; 내가 그 정도도 못 할 정도로 사회생활 부적응자는 아니야. ㅋㅋ
결론적으로 ㅅㅇ와 오는 길에 작은 수다부터 시작해서 ㅅㅇ의 회사에 대한 생각, 나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ㅅㅇ도 2월에 ㅇㅈ의 퇴사와 전 부장의 퇴사 소식이 맞물리고 그 직전에는 ㅎㅂ의 수습 종료를 겪다 보니 입사 3개월 만에 자기들이 버려진 것 같아서 마음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빠르게 인사발령이 났고, 내가 팀장이 된 후 자기가 개진하는 많은 것을 내가 수용해 줘서 감사하고 일하는 데에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해 보고 싶은 것, 계획하는 것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사실 팀원들이 제안하는 많은 것을 나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이들의 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태클을 걸 수 없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업무와 방향을 나에게 설득될 만큼 설명할 수 있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이라면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업무 스코프를 잘 알고 있고 내가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까지도 살피고 서로 필요한, 또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챙겨주고 있었다. 그런 부분을 나에게 허락받는데 퇴짜를 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
ㅅㅇ에게 이런 부분을 솔직히 말하고, 내가 아직 너희들의 업무를 다 파악하지 못해 적절한 업무 배치를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언제든지 제안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업무 흐름이나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던 간략한 배경도 설명해 줬다. 지금이 내가 팀장이 되면서 그런 체계를 구축하는 게 나의 1순위고, 그러기 위해선 각 팀원들의 업무 흐름에 대한 피드백이 절실하다고. 그리고 현재 ㅅㅇ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업무 흐름은 회사의 인력 상황과 타 팀의 상태에 따라 불가능 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것을 최대한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게 나의 임무고 팀원들의 자기계발과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방향을 잡아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잘 부탁한다고 얘기했다.
어떻게 되었든 ㅅㅇ는 현재가 너무 좋다고 했다. ㅇㅈ가 떠나고 새로 온 UI 디자이너 ㅎㅈ도 생각 외로 맑눈광같은 부분이 있어서 의외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ㅇㅂ 선임은 아이들에게 든든한 언니 같은 느낌이고, ㅇㅇ는 친구로서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 듯하다. 진심으로 전 부장이 이런 귀한 아이들을 뽑은 것에 고마움을 느낄 정도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ㅅㅇ와 함께 경의선을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자유부인을 외치던 ㅈㅎ와 ㅅㅇ언니를 만났다. 전날 텐션 끌어 올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 사람들과 함께 지내느라 몸이 피곤했지만, 피곤한 몸 일으켜 아침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방 정리 하고, 씻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이 날은 빈이 숲을 가기로 했다. 빈이 숲 만든다고 트위터가 들썩일 때 우리 모두 기부했다. 그렇게 만들던 빈이 숲은 처음 1,2개 lot만이 목표였는데 막상 가니 6개까지 늘어나 있었고 1~6 빈이 숲은 앞뒤로 쪼로록 위치해 있었다. 각 벤치마다 빈이이 메시지와 손그림이 name plate에 새겨져 있었다. 솔직히 눈여겨 오래 읽지는 않았다. 빈이가 보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지만, 그런 기록에 큰 의미부여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 부여는 아스트로가 빈이 2주기 때 발표한 ‘문속의 꿈’이나 메이킹 코멘터리에서 들려줬던 아이들의 속내가 더 의미 있다. 남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빈이를 간직하겠다는 메시지가 팬들로 하여금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ㅈㅎ와 ㅅㅇ언니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거였다. ㅇㅅ는 진진 생카 때, ㄱㄴ는 지지난 주에 만났다. 중간중간 ㅂㄱ님도 산하 덕질할 때 같이 봤고, 일본에서는 ㅅㅇㅈㄴ님과 하루 종일 진우 얘기 꽃을 피웠는데 ㅈㅎ와 ㅅㅇ언니는 ㅅㅇ언니 집들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또 재밌게도 이 둘과는 업과 연관이 있어서인지 이런저런 얘기를 또 엄청 재미나게 한다. 차마 다 못했던 빈이 얘기도, ㅈㅎ 회사 이야기 ㅅㅇ 언니 재취업 얘기, 요즘 어린 친구들과의 세대차이를 느끼는 우리들이 새삼스러워 또 하염없이 얘기를 하게 된다.
제일 웃긴 건 내가 꽤나 잘 먹는 편인데 ㅋㅋㅋㅋㅋ 이 둘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는 거. 저녁을 솥밥을 먹는데 난 이미 배가 많이 불러 오는데 둘은 딱 좋다고 했다. 하루 만 보, 2만 보 거뜬하게 걷는 사람들이라 역시 에너지 섭취량도 어마어마한 것 같다.
솔직히 빈이 숲은 딱히 가고 싶지 않았다. 내 돈 낸 거 아까워서 확인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가면 슬플까봐 갈 생각을 안 했는데 막상 가니 그냥 공원이었고, 빈이 숲 벤치에 앉으면 한강 보기 좋았고, 지금보다 날이 더 더워지면 그늘도 없는데 못 왔겠다 싶어 지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만 빈이 숲이지 빈이 생각 별로 나지 않았다. 그저 숲이 6개로 늘ㅇ난 거 보고 글로벌 팬덤 화력 나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다들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추모하고 기억한다. 팬들이 참여해야만 의미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나 멤버, 또는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당연한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가 위로하고 기억하기 위해 만든 장치들을 잘 활용해서 마음을 추스리길 바랄 뿐이다.
결국 나에게 남는 건 그런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가려고 모이는 덕메들인 것 같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내온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만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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