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라는 건 원래 피곤하다. 하지만 유독 어떤 사람과 함께하는 회의는 더 피곤하다. 내 경우 그 사람이 바로 A 리더다.
개인적으로 그 사람을 싫어하지느느 않는다. 오히려 논리도 있고 경험도 많고, 조직 전체를 보는 시야도 넓다. 그런데도 A 리더가 참여한 회의가 끝나면 늘 같은 감정이 남는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 건가 싶었는데, 몇 번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화법에 있다는 것을.
우선, 그의 화법이 문제다.
맥락을 먼저 깔고 결론으로 가는 방식이 그의 특징이다. 나는 회의에서 보통 문제가 뭔지, 오늘 뭘 결정할지, 그래서 어떻게 할지 순서로 생각한다. 그런데 A 리더는 현재 문제에서 시작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비슷한 사례는 뭔지, 조직 구조는 어떤지,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어땠는지를 거쳐 다시 현재 문제로 돌아온다. 결론보다 생각의 흐름을 먼저 펼치는 방식이다. 전략 논의라면 오히려 깊이가 생길 수 있는데, 운영 회의에서는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내내 이런 생각이 맴돈다. “그래서 결론이 뭐지?”
또 하나는 논리적 압박처럼 들리는 말투다. 사실을 제시하고, 거기서 논리를 전개하고, “그러면 왜 이렇게 됐냐”고 묻는 방식. “요즘은 AI로 코드도 생성하는 시대인데 개발 속도가 이렇게 느릴 이유가 있나요?” 틀린 말은 아닌데, 듣는 입장에서는 비판처럼 느껴지기 쉽다. 특히 실무자들이 많은 자리에서는 분위기가 슬쩍 긴장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한 건 논리의 일반화다. 하나의 사례에서 시작해 그걸 전체 원칙처럼 확장하는 방식인데, “AI로 코드도 생성할 수 있으니까 개발 속도는 앞으로 훨씬 빨라져야 합니다” 같은 식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프로젝트 구조나 기술 스택, 인력 경험 같은 변수들을 건너뛴 채 하나의 논리를 전체에 적용하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자리에서 반박하지는 않는다. 논쟁이 시작되면 회의가 더 길어지니까. 그냥 속으로만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동의하지 않는데…”
그리고, 회의 목적이 문제다.
사실 화법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내가 주최하는 회의는 대부분 일정 확인, 진행 상황 공유, 필요한 결정 정리를 하는 운영 회의다. 그런데 A 리더는 종종 그 자리에서 개발 방식이나 조직 구조, AI 활용 전략 같은 주제를 꺼낸다. 중요한 주제들이긴 한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등장하면 회의가 흔들린다. 일정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기술 문화 이야기가 되어 있는 식이다. 그러면 정작 오늘 결정해야 했던 것들은 뒤로 밀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지금 이 얘기를 왜 하지?” A 리더가 들어오면 회의의 판이 커지는 느낌이 드는 게 이 때문이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사실 A 리더의 화법을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회의를 주최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꺼내고 싶은 충동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A 리더와의 회의에서 내가 느끼는 그 피로감을 떠올리면, 적어도 내가 회의에 참여할 때는 조금 더 의식하게 될 것 같다. 지금 이 자리의 목적이 뭔지, 내가 꺼내려는 이야기가 지금 여기서 필요한 건지.
거창한 다짐은 아니다. 그냥 저 회의에서 느꼈던 그 피로감을 기억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일정 회의에 저 사람 부르지 말아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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