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는 참 불편하다. 젓가락질 할 때 팔꿈치가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왼손잡이는 식탁 왼쪽 가장자리에 앉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왼손잡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굳이 젓가락질을 오른손으로 하려고 시도한다든가 하지는 않는다. 마우스질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왼손으로 마우스를 쥐고서도 마우스의 왼쪽 버튼을 메인 클릭으로, 오른쪽을 secondary click으로 설정하고 썼다. 그것도 90년대~2000년대 얘기긴 하다. 딱히 손목에 무리가 가진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ergonomic mouse가 유행하더니 기능 버튼들이 추가되고, 왼손잡이는 쥐지도 못할 마우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때는 오른손잡이가 어찌나 부러웠던지… 서러운 왼손잡이는 그저 좌우 모양이 같은, ergonomic은 꿈도 꾸지 못하고, ambidextrous 마우스만 찾아다녔다.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서 클릭 좌우 설정을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되고 마우스 사용이 좀 더 편해졌다. 하지만 로지텍이 모두에게 칭송받는 MX Master 시리즈와 ergonomics의 끝판인 MX Vertical을 내놓자 ergonomic mouse에 대한 갈망은 더 커졌다. 심지어 가성비 버티컬 마우스인 LIFT가 나오자 더더욱…

그러다 드디어 2024년 왼손잡이용 LIFT 마우스가 출시되었다. 깨훗!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아 직구까지 해서 잘 썼다. 집에서는 MX Anywhere 3S를 썼다. 양손잡이용이라고 되어 있지만 function 버튼은 오른손 엄지 위치에 있다. (로지텍 빠순이 인증)
근데 사용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생각보다 버티컬 마우스가 조작하기에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려면 엄지와 새끼손가락 쪽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일반 마우스는 파지할 때 손가락 전체가 마우스를 덮고 있어서 마우스를 움직일 때 드는 힘이 손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버티컬은 양 끝으로, 그것도 손목이 과하게 세워진 상태에서 조작하려니 힘이 들었다. 버티컬이 좀 더 옆으로 뉘인 각도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일반 마우스보다도 정확하게 마우스 위치를 조작하는 게 어려웠다.
다 필요 없고 편안한 파지법을 원했다. 회사에서 그렇게 정교한 마우스 움직임은 필요 없으니, 좁은 책상 위에서 자리 차지 않고 손도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손가락만 꼼지락거려서 마우스 화살표를 움직이고 싶었다.

그러다 90년대 이후로 써 보지 않았던 트랙볼 마우스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트랙볼이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 근데 검색을 해보니 트랙볼 마우스마저도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용 디자인이었고, 왼손잡이용은 전무했으며, 그나마 있는 양손잡이용은 못생겼거나 유선이거나 칙칙한 검은색이거나 (난 검은색 마우스는 이번에 LIFT 빼곤 사 본 적이 없단 말이다)… 아수워 아수워~

집념으로 뒤지고 뒤져 그나마 양손잡이용 중에서 디자인 깔끔하고, 너무 크지 않고, 블루투스/무선이 되는 마우스를 찾은 게 Kensington Orbit이다. [카피어랜드]라는 곳에서 쿠폰 사용해서 8만 원 주고 구매했다. 버튼 커스텀이 가능한 로지텍에 익숙한 나에게 켄싱턴은 단순 그 자체였지만, 트랙볼을 사용하려면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나 뭐…
아무튼, 그렇게 트랙볼 마우스는 내 손에 들어왔다.





다른 트랙볼 마우스보다 작다고는 해도 일반 마우스보단 컸다.

리프트도 결코 작은 마우스가 아닌데 오르빗은 정말 컸다.

그러나 확실히 파지는 너무 편했고, 링을 돌려서 스크롤하는 방식도 생각 외로 편했다. 버튼을 누르는 게 상당히 어색하고, 빠른 조작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화면을 스무스하게 내비게이트하는 게 무척이나 새로웠다.
다만 간과한 것이, 클릭음이 엄청 크다는 점이다. 청량할 정도로. ㅡ.,ㅜ 내가 뭐 하는지 주변 사람에게 다 알리는 거 같아서 좀 신경이 쓰인다. 몰래 티케팅 하는 건 글른 거 같다. ㅋㅋㅋㅋㅋ
사용한 지 3일째인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조작이 익숙해지니 손목이 아프지 않고 새끼손가락과 엄지에 힘을 주지 않아 편안하다는 점이 계속 상기되었다. 집에서도 트랙볼을 쓰고 싶어졌지만, 저소음을 좋아하는 나로선 클릭음에서 저항감이 생긴다. 비슷한 스타일로 저소음 트랙볼 마우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아니면 왼손잡이용 MX Master 시리즈가 나오던가. 어차피 왼손잡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차선책에 익숙해지도록 훈련받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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