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ㅅㅇ와 면담을 했다.
나갈 거라고 생각을 못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막상 나간다는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도 담담했다. 서운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해가 되니까 그런가 보다. 사수가 없는 것, 혼자 기획을 다 들고 버텨야 하는 것, 잘하고 있는 건지 피드백도 제대로 못 받는 것. 내가 아무리 더 해 주고 싶어도 회사의 구조 자체가 그걸 담아줄 그릇이 못 된다는 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잘 다독여줬다. 잘 결정했다고, 지금 이 나이에 도전해봐야 한다고. 스물여덟이면 아직 뭐든 해볼 수 있는 나이다.
근데 솔직히 조금 막막하긴 하다.
ㅅㅇ만큼 일하는 친구 찾기 힘들 거다. 열정도 있고, 책임감도 있고, 혼자 다 들고 가면서도 주변 사람들 중재까지 해줬다. 회사가 그 그릇이 못 됐다는 게,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을까 싶은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ㅅㅇ 면담이 끝나고 본부장님에게 보고했다.
본부장님은 ㅅㅇ가 퇴사 의사를 밝혔으니 후임을 충원해야 한다고 대표님께 보고해야 하는데, 그게 영 걱정이 되셨던 거다. 기획자 없이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본부장님도 너무 잘 아신다. 근데 문제는 대표님이 인사 얘기만 나오면 듣기도 전에 막아버린다는 것. 스카우트해서 데려오라는 말씀은 하시면서, 정작 채용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나가서 알아보라는 식이다. 앞뒤가 안 맞는 상황에 여러 번 부딪혀 오신 분이라 이번에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시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고 있는 줄은 몰랐다. 요즘 등이 아프다고 했다. 그게 다 그쪽에서 쌓이는 거겠지. 퇴사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LA 지사에서 연락이 올 거라는 것까지 계산하고 있는 걸 보면 금방 나갈 분은 아니다. 그래도 하소연할 데가 필요했던 거겠지. 징징이…
그 와중에 ㄱㅎ 건은 좋은 소식이다.
내 팀원도 아닌데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없었다. 발단은 이전에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ㅅㅈ 건이다. ㄱㅎ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대놓고 욕을 해버린 거다. ㅅㅈ이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들어가려다 가까스로 말려진 상황이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경영지원팀에서 조사가 들어갔고,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내보내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한다.
맨날 허락받았다고 하면서 사실 확인해보면 그런 적 없고, 태도 문제로 팀 전체가 피로감을 쌓아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정리가 되어 간다니 유일한 좋은 소식이다.
퇴사 면담, 하소연, 인사 이슈. 다 각자 사정이 있고, 다 이해는 된다. 그게 또 힘들다. 이해가 되니까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다 해결해 줄 수도 없고.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걱정거리만 는다. 내일까지 원고 써야 하는데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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