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하루 종일 뭘 하는지 누가 좀 기록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침에 컴퓨터를 켜고 나면 진짜 정신없이 이것저것 한다. Teams 들어갔다가, Outlook 메일 쓰고, Figma 확인하고, 회의 들어가고, QA 보고, 또 누가 물어보면 답하고, 중간에 라이프웨이 메일도 보고, 다시 두플러스 일 보고, 영상 관련해서도 뭐 확인하고.
그러고 나면 하루 끝에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오늘 뭐 했지?
분명 뭔가를 계속 했다. 쉬지도 않았다. 바빴다. 근데 막상 남은 게 잘 안 보인다. 특히 요즘 하는 일은 더 그렇다. 예전처럼 파일 하나 만들고 끝, 영상 하나 완성하고 끝, 이런 일이 아니라 계속 조율하고 확인하고 결정하고 넘기는 일이 많다. 그러니까 일은 했는데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는 날이 많다.
Memtime: 타이머 안 눌러도 되는 시간 기록기
그래서 컴퓨터에서 내가 한 활동을 자동으로 기록해 주는 서비스를 찾아봤다.
처음엔 Memtime이라는 걸 봤다. 어떤 앱을 썼는지, 어떤 문서를 열었는지, 브라우저에서 뭘 봤는지, 회의는 언제 했는지 같은 걸 자동으로 기록해 주는 서비스였다. 타이머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타이머를 눌러서 내 일을 기록할 만큼 성실한 사람이 못 된다. 아니, 성실함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누르는 순간 이미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다.

근데 가격이 월 10유로였다. 그것도 2년 약정 할인 적용이 된 가격이었다.
비싸다.
10유로가 엄청난 돈은 아닌데, 문제는 내가 이걸 업무 정산용으로 쓰려는 게 아니라는 거다. 프리랜서 작업 시간을 청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팀원들을 관리하려는 것도 아니고, 생산성 지표를 뽑으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은 것뿐이다.
그리고 Teams나 Outlook 같은 걸 제대로 연동하려면 회사 관리자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회사 계정이랑 연결되는 순간 일이 좀 복잡해진다. 나는 그냥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건데 괜히 회사 보안정책에 걸리거나, IT팀에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건 또 다른 피곤함이다.
ActivityWatch: 무료인데 너무 조용한
그래서 좀 더 싼 걸 찾다가 ActivityWatch라는 걸 봤다.
무료 오픈소스였다. 로컬에 저장되고, 앱 사용 시간이나 브라우저 활동 정도를 기록해 준다. 사실 내가 원하는 기본 기능은 이걸로 충분해 보였다.

근데 문제는 너무 안 유명했다.
유튜브 리뷰를 찾아봤는데 거의 없었다. 조회수 좀 나오는 것도 대부분 4년 전 영상이었다. 요즘 서비스들은 조금만 괜찮아도 유튜브에 리뷰가 쫙 깔리는데, 얘는 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순간 이거 죽은 프로젝트 아닌가 싶었다.
찾아보니 완전히 죽은 건 아니었다. GitHub에는 업데이트가 계속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마케팅을 안 하는 오픈소스 툴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요즘 감성의 예쁜 생산성 앱”은 아니고, “아는 사람만 쓰는 개발자 툴” 같은 느낌.
사실 내 목적만 생각하면 이쪽이 더 맞다. 가볍고, 무료고, 내 컴퓨터 안에만 저장되고, 회사 계정 연동도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거창한 AI 비서가 아니라 “오늘 내가 어디에 시간을 썼는지” 정도니까.
Rewind AI, Screenpipe: 끌리는데 아직은 아닌
그런데 사람 마음이 또 그렇다.
찾다 보니 Rewind AI 같은 것도 보게 됐다. 이건 거의 컴퓨터 기억 저장소 같은 컨셉이었다. 내가 본 화면을 계속 기억하고, 나중에 검색해서 찾아주는 식이다. “지난주에 봤던 그 문서 뭐였지?” 같은 걸 찾아준다고 한다.
솔직히 끌렸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한 시간 기록이 아니라 어쩌면 이런 것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내가 한 일을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것. 내가 놓친 맥락을 복원하는 것.
근데 이런 서비스는 또 리소스를 많이 먹는다. 화면을 계속 캡처하고, OCR을 돌리고, 전사하고, 인덱싱하고, AI 검색까지 붙는다. 맥북 에어에서 하루 종일 Teams, Outlook, Chrome, Figma, Premiere 같은 걸 돌리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싸다.

Screenpipe라는 대체 서비스도 봤는데 Lifetime license가 400달러였다. 1년 클라우드 포함은 600달러. 미친 거지…
아직은 아니다.
이건 내가 지금 사서 쓸 물건이라기보다는, 얼리어답터들이 먼저 돈 내고 실험하는 단계에 가까워 보였다. 기술은 흥미롭다. 언젠가는 이런 기능이 당연해질 것 같다. 컴퓨터가 내가 한 일을 알아서 기억하고, 하루 끝에 “오늘 당신은 이런 일을 했습니다” 하고 정리해 주는 날이 올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아직 비싸고, 무겁고, 덜 보편적이다.
그래서 일단 멈추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건 생산성이 아니라 기록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생산성 향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생산성이 좋아지면 좋겠지만, 더 정확히는 “내 하루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깝다.
요즘은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계속 일하고, 계속 답하고, 계속 판단하는데, 저녁이 되면 남는 게 흐릿하다. 몸은 피곤한데 기록은 없다. 그래서 괜히 내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그냥 요즘 일은 너무 잘게 쪼개져 있고, 너무 빨리 지나가고, 너무 디지털이라 흔적이 잘 안 남는 것뿐이다.
언젠가는 이런 걸 가볍고 저렴하게 기록해 주는 도구가 나오겠지. 아니, 분명히 나올 것 같다. 그때는 나도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여기까지.
오늘의 결론.
AI가 내 하루를 기억해 주는 시대는 올 것 같다.
근데 아직 내 지갑이 허락하는 시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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