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laud를 산 이유는 회의록이 아니었다
Plaud를 사기로 한 건 회의록 때문이 아니다. 팀장 일은 정식 회의보다 그 사이사이가 더 문제다. 팀원이 지나가다 묻는 질문, 그 자리에서 말로 정해버리는 정책, “이건 이렇게 가자” 하고 넘어간 기준들. 그 순간엔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지나가는데, 며칠 뒤 문서에 반영하려고 하면 내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흐려진다.
그래서 Plaud는 나에게 녹음기보다는 외부 기억장치에 가깝다. 메모는 지치고, 업무가 몰릴 땐 “이건 적어둬야지”라고 생각한 것조차 잊는다. 내 목적은 분명했다. 업무 중 내가 한 말, 누가 무엇을 요청했는지, 어떤 게 화면기획서나 QA 항목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나중에 회수하는 것.
이 목적이면 Pro 플랜으로는 부족하다. 4월 회의 녹음만이 약 961분, 5월은 22일 기준으로 이미 약 825분이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녹음하면 1,200분은 금방이다. Unlimited로 가야겠다. (아직 트라이얼 중)
2. 전사 품질이 궁금해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Plaud가 녹음과 요약 도구로 편한 건 알겠는데, 전사 자체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따로 봐야 했다. 같은 녹취록을 Plaud와 내가 사용하는 ClovaNote에 각각 올려봤다. 첫인상은 ClovaNote가 조금 더 정확해 보였다.
초반 5분에서는 ClovaNote가 더 정확했다


초반부 비교에서 ClovaNote가 확실히 나았다. Plaud는 “ㅂ 팀장님”이 들어갈 자리를 “학교 사장님”으로 잡았다. 회사 회의 맥락에서 “학교 사장님”은 말이 안 된다. ClovaNote는 “ㅂ 팀장님을 부르…” 정도로 잡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맥락상 훨씬 그럴듯했다.
Plaud는 “케노피”, “예이비”, “우포스거”처럼 깨진 단어들이 있었다. ClovaNote는 같은 자리를 “케로피”, “보스”, “오퍼스”로 복원했다. 사무실 잡담처럼 빠르게 오가는 말에서는 ClovaNote가 더 자연스러웠다.
5분 이후 본 회의 구간은 차이가 줄었다
핵심 내용 파악은 둘 다 가능했다. 내일 오픈은 어렵다, QA와 버그가 많다, 개발 반영에 하루 이상 걸린다, 26일 오픈 가능 여부를 실무자에게 확인해야 한다, 모바일 노트 동기화와 카운팅 문제가 있다, DB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확인 필요, 에세이 콘텐츠 제목 데이터 분리 필요, RAG와 AI 검색 관련 MS 지원 프로그램, Azure 사용량과 비용 증가 가능성. 큰 흐름은 Plaud도 잡아냈다.
세부에서는 여전히 ClovaNote가 조금 나았다. Plaud는 “AP 하나가 문제가 있다”고 적었고 ClovaNote는 “API 하나가 문제가 있다”고 잡았다. 개발 회의에서는 당연히 API다. Plaud의 “실제 환경에 굳히는 것”은 ClovaNote에서 “실제 환경을 붙이는 것”이 됐고, “최신화에서 리얼에 적용”은 “최신화해서 리얼에 적용”이 됐다. 사소해 보이지만 다시 읽으며 맥락을 복원할 때는 문장이 자연스러운 쪽이 빠르다.
ClovaNote도 완벽하진 않다
ClovaNote가 늘 이긴 것도 아니다. “원가는 구독 유대보다 띄어쓰기”처럼 의미가 깨지는 구간이 있었고, “노동 부처님 오셔 가지고” 같은 웃긴 오류도 있었다. 기술 용어도 RAG를 RNG로, EPUB을 “입법”으로 잡는 일이 꽤 있었다. 그러니까 ClovaNote도 그대로 공식 회의록에 붙일 수준은 아니다. 중요한 회의면 결국 사람이 한 번 읽고 정리해야 한다.
3. Plaud의 진짜 장점은 화자 라벨이었다
ClovaNote는 전사문에서 화자가 참석자 1, 2, 5, 6으로 익명화된다. 중간부터는 참석자 번호가 10까지 늘어났는데, 짧은 끼어들기나 잡음까지 새 화자로 잡은 것 같았다. 실제 인원보다 더 잘게 쪼개진다. 매 회의록에서 일일이 화자를 지정해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화자를 너무 잘게 쪼개느라 더 불편했다. 고작 3-4분 걸리는 일이지만 매 작업마다 수작업이 들어가니 무척 번거롭게 느껴졌다.
Plaud는 내가 화자 라벨을 미리 지정해둔 덕분에 ㅂㅇㅎ, ㅈㅇㅎ, ㅎㅎ, ㅇㄷㅍ, ㄱㄱㅅ으로 표시됐다. 회의 복기에서 이게 생각보다 크다. 내가 필요한 건 “무슨 말이 있었는지”만이 아니라 “누가 그 말을 했는지”다. 결정사항과 담당자를 뽑을 때 이름이 붙어 있는 건 전사 정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4. 쓰면 쓸수록 정확해질까
화자 라벨을 계속 붙이고 자주 등장하는 목소리가 누적되면 점점 더 잘 알아들을 것 같았다. 근데 Plaud를 많이 쓴다고 해서 전사 정확도 자체가 자동으로 올라간다고 보긴 어렵다.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건 주로 두 가지다. 하나는 화자 라벨링이다. Plaud도 공식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사람을 계속 라벨링하면 다음 녹음에서 “누가 말했는지”를 더 잘 붙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하나는 커스텀 용어 인식. 사람 이름, 부서명, 프로젝트명, “플랫폼명”, “BOS”, “RAG”, “브랜드” 같은 단어를 사전에 넣어두면 이후 전사에서 덜 틀릴 가능성이 있다.
근데 이건 전사 엔진이 내 목소리나 회사 회의 패턴을 계속 학습해서 기본 받아쓰기 실력이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식의 개인별 ASR 학습이 된다고 볼 근거는 공개 자료상 약하다. 그러니까 기대치는 이렇게 잡으면 된다.
기대해도 되는 것
- 화자 구분이 점점 안정된다.
- 회사 고유명사나 약어가 덜 틀린다.
- 요약 결과가 더 실무적으로 쓸 만해진다.
기대하면 안 되는 것
- 그냥 오래 쓰기만 했는데 Plaud가 내 말투를 학습해서 ClovaNote보다 한국어 전사를 훨씬 정확하게 해준다.
- 말 겹침, 소음, 빠른 말, 한국어 구어체 오류가 자동으로 계속 줄어든다.
그래서 Plaud는 “많이 쓰면 전사 엔진이 똑똑해진다”가 아니라, “라벨과 용어를 잘 먹이면 업무용 결과물이 좋아진다”에 가깝다.
8. 내가 정한 사용 방식
Plaud를 정확한 한국어 전사기로 산 건 아니다. 정확도만 보면 ClovaNote가 조금 더 낫다. 하지만 내가 산 이유는 정확도 100%짜리 회의록을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 업무 중 흘러가는 말과 결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내 기준은 이렇게 잡았다.
- 평소 업무 기록과 상시 캡처는 Plaud로 한다.
- 중요한 회의나 정책 결정 회의는 ClovaNote에도 한 번 더 올려서 비교한다.
- Plaud 전사본을 그대로 공식 문서에 붙이지 않는다. 요약 재료로만 쓴다. 결정사항, 지시사항, 요청받은 일, 문서 업데이트 항목, 후속 확인이 필요한 리스크를 뽑아내는 용도.
팀장 업무에서 가장 자주 새는 부분은 구두로 결정한 것이다. 회의실에서는 정해졌는데 문서엔 안 남고, 나는 분명 말했는데 기억은 흐려지고, 팀원들도 각자 다르게 이해한다. Plaud는 그 틈을 메우려고 산 것이다. 완벽한 전사 도구는 아니지만, 그 용도로는 충분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