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했던 엠퍼샌드원 코어팬이자 유튜버가 탈덕 선언을 했다. 거시적으로 케이팝 산업의 폐해까지 들먹였지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설득이 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시간의 아까움과 허무함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 투어였다. 돈도 돈이지만 정말 많은 ‘시간’을 썼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고 했다.
아티스트와 스태프의 태도에 대한 실망
해외 투어를 다니며 엄청난 고생을 하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갔음에도, 현장에서 직접 겪은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의 태도가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내가 대접받는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응원하는 보람과 가치의 상실
이전까지는 돈을 쓴 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더라도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것 자체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응원하는 보람과 가치마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경제 관념과 저축에 대한 인식 변화
본인은 순수하게 월급 범위 안에서 카드깡 같은 것 없이 덕질을 해왔지만, 지나고 보니 그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 돈으로 저축을 하거나 주식을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고, 최근 차를 구매하면서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현실적인 경제 관념이 돌아온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요약하자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외 투어까지 따라갔으나 정작 현장에서 마주한 아티스트와 스태프의 실망스러운 태도, 그리고 이로 인해 응원의 보람과 가치를 잃어버리고 밀려온 강한 현타(시간과 돈의 아까움)가 가장 큰 개인적 탈케 사유였다.
유명세만큼 해당 영상은 빠르게 조회수를 높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탈케 이유에 공감했다. 돈을 그렇게 쓰는 건 미친 짓이라고. 그러다 보니 작년에 미친듯이 돈 쓴 내 덕질 생활을 돌아보았다.
엠퍼샌드원 미국 투어 한다고 진우가 라디오 대타 디제이까지 해 줬건만 팬에게 실망을 시키다니 이 녀석들… 싶다가도, 막상 내 덕질은 어땠나 하나씩 따져 봤다.
시간이 아깝고 허무한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아직은. 아스트로의 무대 보는 게 최근 하루 빼곤 좋았다. 진우가 뭐만 해도 다 재미있고 즐겁고 산하가 애교만 부려도 그냥 귀여웠다. 공연에서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방방 뛰는 게 잼났다. 물론 퇴근길 기다리는 건 현타 왔지. 아 홍콩 콘서트는 좀 잼없었어… 그래도 나머지는 다 좋았는뎅…
아티스트와 스태프에게 실망했는가?
콘서트건 팬사인회를 가건 스태프들 태도가 딱딱할 순 있어도 우리를 홀대하지 않았고 모든 경험이 즐거웠다. 적어도 아스트로는 세세하게 기억해주지 않아도 예의바르고 다정하고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다. 사석에서 만난 경우 산하가 매정하게 군 적 있다곤 해도 우리가 돈 내고 가는 곳에서 그랬다는 얘기 들은 적 없다. 요즘 귀여운 애교 하는 거 싫어하긴 해도 내가 늙어서인가 나도 애교는 이제 그만 보고 싶어. 그런 거 좀 안 시켰음 하는 마음이라서…
응원하는 보람과 가치를 상실했는가?
아티스트와 스태프에게 실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람과 가치도 상실하지 않았다. 아스트로는 여전히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팬싸에 오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응원해 주는 팬들도 소중하고 고맙다고 말하곤 한다.
그들의 태도와 별개로 내가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잘 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아스트로 멤버들이 열심히 사는 걸 보고 싶기 때문이다. 각 인격체들의 세세한 사정은 몰라도 보이는 부분만으로도 나에게 잃어버린 청춘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그들의 삶의 여정을 응원할 가치와 보람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팬싸에 돈을 쓰는 건 그냥 얼굴 보고 인사하고 싶고 진진이 “아직까진” 우리를 편하게 대해 주니까.
지금은 그렇게 만나고 싶어서 돈 쓰고 시간 쓰지만 나도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장담 못한다. 그래서 팬레터에도 언제나 나는 무수히 많은 팬들 중 하나로 남고 싶다고 쓴다. “아, 그런 팬이 있었지” 하고 기억될 수 있는…
경제 관념과 저축이 흔들리는가?
사실 작년에는 좀 휘청였다. 빚지지 않았고, 자산 빵꾸날 만큼 쓰지도 않았지만 자산 증식 속도는 엄청 더뎌졌다. 이렇게 계속 살면 내 노후가 걱정되긴 하겠다 싶을 때 주니지니 활동이 끝났고, 최근 시장이 좋아서 저축과 투자는 무섭게 늘어났다. 작년 덕질 비용이 후회되지 않는다.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더 늦기 전에 시도해 보고 싶었고 즐거웠다. 앞으로 주니지니나 아스트로가 활동한다면 같은 강도로 따라다니지는 못 할 거 같기에 더더욱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그 돈으로 이런 경험을? 한 번은 해 볼만 했다.
그렇다면 저 유튜버와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크게는 내가 아티스트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보상을 아티스트의 태도나 스태프의 대접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 아직 응원의 보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돈은 아깝다. 이렇게 비싸게 덕질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은 순간순간 온다. 그때마다 내가 즐기는 그 순간의 희열이나 뿌듯함, 덕메들과의 좋은 경험 공유가 그 비용에 대한 값을 하는가 돌아보면 충분히 그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공연과 때때로 나오는 앨범 한 장씩만 사도 월 비용이 적지 않다. 유튜버가 제안하는 콘서트 참석 정도로도 충분히 아티스트를 서포트 하고 즐겁게 덕질한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콘서트 정도만 참여하고 나머지 아티스트의 스케쥴은 나같은 팬들이 올리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소비하는 행태를 소위 가성비 덕질이라고 치부하지만 어쨌건 아티스트가 좋아서 그렇게 찾아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리트윗을 하는데 그렇게 하는 시간 투자도 아티스트들에게는 소중하고 의미있다. 어떤 팬이든 소중하지 않은 팬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에게 상처 주는 팬들 빼고. 팬들끼리 서로 껄끄러워하는 건 뭐… 자연스러운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이들에게 돈과 시간을 쓰는 이유는 대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그들을 지켜보며 내가 잃어버린 청춘을 간접적으로나마 살아보기 위해서다. 그 보람이 남아있는 한 나는 떠날 이유가 없다. 내가 떠난다고 아스트로는 아쉬울 이유가 없다. 쭉 그런 존재였음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즐거워서 팬싸 다니고 퇴근길 기다리지만 나중에 시간 여유가 없거나 지금 같은 열정이 식었을 때 죄책감 없이 멈출 수 있는 나이길 바란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