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보너스가 들어와서 평월의 두 배가 들어온다. 순이가 떠나고 월 정기 지출도 줄었다. 내 시간의 자유도 생겼다.
지난 달 그렇게 비싼 모니터를 사고 9월부터는 다시 아껴 쓴다고 외쳐좋고 이번 달도 지출이 어마막지하다.
- 양양 여행: 정아 여행 메이트 대타. 숙소비 안 내도 된다고 해서 충동 여행
- 새 운동화: 출퇴근 뛰어다니려면 좋은 운동화 필요하다는 핑계
- 새 운동복: 싱가포르에서 바지 하나 산 걸로는 부족해
- 레이저 시술: 가을이 오니까 피부 관리도 해야지
- 스팀 다리미: 이번에 새로 산 옷들 관리 잘 해서 입으려고
- 10/17 아트 연극: 영지랑 꼰대 버전 본다고. 지난 뮤지컬이 잼났어서 ㅋ
- 10/1 삼총사 뮤지컬: 라키가 나온다고 해서
그래놓고, 이제는 깔끔한 옷들을 사고 싶어진다. 싸고 구질구질한 옷은 그만 입고 적어도 단정하다고 느껴지게 입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가 그동안 한정적인 분야에서만 나의 소비를 인정한 이유는 무의식 중에 가장 만족도가 크게 자원을 분배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말하면, 없는 돈 한쪽으로 몰빵해서 만족도를 키운 것이었다.
스스로 조금 처량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전략적인 소비 습관이라고 나름 합리화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난 내 수입이 부족하다고 여겨 최대한 저축과 투자에 묶어두고 남은 자원을 모자란 듯 꾸려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예산 안에서 규모있게 지출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쉽게 나가 놀지 않았다. 고정 비용도 최대한 줄여 돈을 아꼈고, 구독 서비스도 최대한 줄여나갔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내 노력이 가상하면서도 씁쓸했다. 왜 난 충분하지 않은 거지? 나이가 들면서 쓸 돈도 많은데 왜 난 항상 부족할까.
뭐 이런 고민한다고 없는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제는 그 동안 재력 부족으로 등한시 해 왔던 부분들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