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팀에서 같이 일하던 EA와는 10살 차이가 난다. EA가 성숙한 부분도 있지만 업무 경력에 있어서도 비슷한 연차여서 동료로서 일 관련 얘기를 주로 했기 때문에도 EA와는 세대차이를 느껴본 적이 없 다. 사적으로 친해지고 나서는 가끔 연애 얘기도 했는데 그 때도 내가 이미 겪은 경험을 몇 년 늦게 겪는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
지금 팀원들은 나이가 26, 27, 31다. 이미 앞자리도 두 번이나 바뀔 만큼 나이 차이도 나고 그동안 내 연차도 8년이 넘어가고 있다. 별 의미 없는 부팀장이라는 타이틀도 팀원들에게는 나를 조금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다. 때문에 팀원들을 동등한 레벨의 동료로 여기기엔 서로 무리가 있다. 일을 할 때도 좀 더 윗사람으로써 제시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업무 경험의 차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많은 문화를 공유하는(공유할 수 있는) 동등한 인격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중간 중간 삐걱거리는 순간들이 생겼다. 삐걱거린다는 것이 손발이 안맞는다거나 성격이 안맞는 게 아니라, 삶을 공유할 때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예컨데, 우리 막내가 ‘조우’라는 단어를 모른다던가. 최근에는 북서치를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를 향했는데 셋 다 광화문도, 교보문고 광화문점도 처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웬만해서는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임에도 그 말만큼은, 그것도 셋 다 그렇게 말하는 것에 놀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팀장도 눈이 휘둥그레졌고.
삐걱거림은 또한 어린 시절 으레 경험하는 것들을 이 친구들은 하지 않거나 다른 형태로 경험을 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 시기에 할 경험을 나누다 보면 “나 때는…”으로 시작하고 아이들은 옛날 얘기에 눈이 휘둥그레지고는 했다. 그쯤되니 말하는 나도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절대 ‘라떼는’ 따위 말 안하는 서양물 먹은 쿨한 언니 쯤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러기엔 나이 차이가 너무 나기 시작했다. 요즘 내 고민은 나누면 주책이 되는 주제거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동료로서 함께 배우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닌 정말 사수로서 후배들을 키워주고 이끌어야 할 위치에 온 것이다.
40살이 되어서 이런 것을 깨닫는 것도 한참 늦은 것이지만, 우리 회사 평균 연령이 워낙 높은 탓도 있고 (망할 고인물들) 내가 사회생활을 다소 늦게 한 연유도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 친구들에게 ‘선배’, ‘언니’가 아닌 어른으로서 많은 것을 알려줘야 하는 나름 ‘거룩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커피 같은 것도 좀 더 사주게 된다. 나에게 부수입이 있어 가능한 것이지만… 이 회사가 주는 작고 소중한 월급을 아니까 그냥 내가 먼저 사 주게 된다. 그런 격려라도 있어야 더 일을 잘 하고 더 나를 다가가기 쉬운 사람으로 여길까 해서.
세대의 다름을 체감하니 이제 좀 더 내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해지는 것 같다. 여전히 나도 새로운 업무를 하며 부딪히고 깨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전해 줄 노하우가 있음에 감사하다. 조언을 구하러 올 수 있는 사수가 되어 기쁘고, 이렇게 다름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는 좀 더 원숙해지고, 그들은 더 단단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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