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첫째날
택시 42불 나왔다. 인터넷도 없이 무사히 동생 집에 도착했다.
간단히 씻고 잤다. 아침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아스트로 덕질 시작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세세하게 나누지는 않았다. 나도 뭔가 쑥쓰럽달까. 실은 초반에 문빈 워터밤 영상 보여줬는데 심드렁해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 살짝 식었달까. 그래도 굵직한 아스트로 스케줄은 공유했징. 그래서 최근 다녀왔던 팬사인회 영상이랑 이번 미니3집 사진들을 보여줬다.

그랬는데 문빈 아니고 산하 보고 진짜 예쁘게 생겼다는 거 아닌가!? 아 틀린 말은 아닌데, 살짝 뿌듯한데 빈이가 뭐 어때서? 근데 동생은 차은우보다도 산하가 더 잘생겼댄다. 그래, 취존이다… 뭐래도 아스트로 좋다고 하니까 좋다.

11시가 넘어 트리탑워크를 항해 나섰다. 날씨가 뜨거웠지만 가 보기로 했다.
MacRitchie 저수지를 지나 걷기 시작했다. 동생 말로는 총 약 12km정도란다. 운동하면 3-5km는 기본으로 뛰니까 괜찮겠지 하고 시작했다.
걸은 지 40분만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잠시 멈췄다.

비가 오니 산길이 진흙탕이 됐다. 전날에도 비가 많이 와서 길이 이미 살짝 몰캉했는데 일부 구간이 완전 진흙길 작은 연못이었다.

비 온 뒤 숲은 조금 다 신비해졌다. (이후엔 진흙길에 엄청 환멸났지만) 엄청 큰 지네, 원숭이, 대형 도마뱀, 작은 도마뱀, 드러누워 죽은 다람쥐… 정말 한국에서 볼 수 없던 동물들을 수도없이 보며 지나갔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구나를 실감했다.
트리탑이라는 이름은 나무 꼭대기 높이에 구름다리를 설치해 지나갈 수 있게 해 놨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지날 폭의 좁은 다리지만 올라가면 경치가 무척 예뻐 다들 서서 사진을 찍고 감탄을 하게 된다. 경치도 예쁘지만 수십미터 높이 자란 나무들의 다양한 잎사귀를 구경하며 아래를 내려보는 것도 아찔하고 재미있다. 이렇게 높게까지 자란다니 대단해!



그러나 내려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진흙길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곳은 연못 수준으로 물도 고이고 발 딛을 곳도 없었다. 그때부터 난 포기하고 흰 운동화를 진흙에 담갔다. 그 결과 신발은 지금 세제 부은 물 속에 처박혀 있다. 산 지 두 달 됐나… 집에 가서 표백제에 담가 줄게… 넌 다시 하얘질 수 있을 거야… ㅜㅜ
내려와서는 저수지를 돌아 원래 시작한 곳으로 돌아왔다. 저수지는 컸고 갈 길은 멀었다. 내려오는 길은 동생과 함께 나란히 아스트로와 기현을 들으며 속도 내어 걸었다. 노래 맘에 든다고 한 건 기현의 Youth의 ‘Cause of You 였다. 솔직히 기현이 노래를 잘 하긴 하지. 내려와서부터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기계적으로 다리를 움직였을 뿐이다. 최대한 110bpm 넘는 곡으로 들으며 발맞춰 걸었다. 듣다 보니 초반 앨범은 정말 가사가 오글거려서 못 듣고, 내가 좋다고 생각한 곡도 “언니, 이 곡 꼭 들어야 돼?”하고 하면 서둘러 넘겼다. 그 노래가 발자국이었지… 흑.
힘겹게 걸어 내려오는 중에도 중간 중간 보이는 이국적인 동식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원숭이가 많았다. 동생은 얘네들이 사람 손에서 먹을 걸 뺏어가기도 한다며 간식은 최대한 몰래, 빠르게, 애들 없을 때 먹으라고 했다.
뿌듯했다. 동시에 피곤했다. 크리스탈 제이드에서 점심을 배달시켜 먹었다. 내 하얀 운동화를 살리기 위해 대야에 물을 받고 세제를 풀어 담갔다. 손빨래로는 흰 운동화에 벤 검은 진흙이 빠지지 않았다. 결국 충분히 불린 후 다음 날 세탁기에 돌리기로 했다.
약간 늦은 점심이었기에 저녁은 바에 가서 가볍게 즐기기로 했다.

5층 높이의 루프탑 바였는데 생각 외로 경관이 좋았다. 발코니 쪽 바로 앉혀서 경치를 보면서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동생은 칵테일, 나는 진토닉을 시켰으나 결국 고사 지내고 물만 네 잔 드링킹 하고 왔다. 대신 안주로 시킨 돼지고기 슬라이더와 문어 타코는 살짝 짰지만 너무 맛있었다. 옆 테이블은 오늘 첫 소개팅 만남이었는지 가족 얘기, 자기 미래 얘기 등을 나누고 아주 정중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 친하지 않지만 호감을 표하는 듯한ㅋㅋㅋ 둘이 잘 되길 바랐다.
돌아와서는 거의 기절하듯 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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