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기미 없애겠다고 피부과 한 번 큰 돈(27만 원) 주고 다녀온 후 다음 피부과는 올해 3월에 예약한 시술 상담 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9월 레이저 치료 후 미간과 이마 쪽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하얀 피지만 생가길래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한두 개가 곪기 시작하더니 눈썹까지 번지고 염증성 여드름이 코쪽까지 내려오듯 자꾸 하강하는 느낌이 들었다.
홈 레메디(수분 팩, 여드름 진정 세럼, 징크 앰플, 약국 약 등)를 시도해 봤으나 바로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늦잠 자고 오전 반차를 쓴 금요일에 마음 먹고. 피부과를 갔다. 그냥 효과 좋은 연고랑 약 정도 받을 생각으로 갔는데, 상태를 보더니 항염제를 평균 3주 이상 복용해야 완전히 나을 거라고 했다. 연고도 기본으로 같이 처방해 주었고 덤으로 당일 바로 관리를 하기로 했다. 관리 자체는 11만 원인데 진료비와 연고비를 따로 받아 총 14만 원 지불했다. 여드름 압출과 레이저 치료를 진행하면 처음에는 좀 불긋하나 붉은기와 염즘이 더 빨리 가라앉을 것이라는 말에 하게 됐다. 피부 미용 관리업을 해 보았음에도 난 피부 관리에 돈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민감성 피부여서 뭘 해도 얼굴에 뭐가 났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관리법 찾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급해지니 11만 원이라는 거금이 그냥 지불되더라.
금요일 저녁에 세수를 할 때는 관리 효과로 피부가 매끈하고 보들해서 좀 놀랐다. 주말 사이 확실히 미간이 많이 붉었다. 토요일 외출을 하는데 앞머리로 최대한 가리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만져보면 속으로 곪아 부어오르는 증상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긴 했다. 저녁에 씻을 때 보니 연고가 산이 강한지 피부가 얇게 벗겨지고 있었다. 신경이 쓰였지만 충분히 불려서 각질처럼 제거하고 꾸준히 약을 발랐다. 먹으라는 항염제도 알람 맞춰놓고 제때 먹는 중이다.
3일 째인 오늘 아침에 씻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붉은 기는 좀 남았지만 추가로 곪는 현상은 없다. 이제 보습 잘 하고 관리 잘하면 수 주 내로 돌아올 것 같다. 그런 후 여드름 흉터 제거 시술을 받을까 한다. 돈은 들겠지만 나이들어 하느니 조금이라도 더 재생 능력이 남아 있을 때 해서 피부를 살려놓고 곱게 늙으련다.
월급이 올라야 돈 모으는 재미라도 있는데 오늘 연봉 계약 하고 현타 씨게 온다. 돈을 못 모으면 즐겁게 쓰기라도 해야 하는데 쓸 돈도 넉넉하지 않다. 작고 소중한 월급 모아 노후 준비 하고 남은 돈은 정말 손에 쥘만큼이다. 그나마 남는 돈 빈이 산하에게 쓰려고 했는데 나이가 드니 이래저래 건강 쪽으로 나가는 돈이 꽤 된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건강 쪽으로 이렇게 돈 쓸 일이 없었는데 빈이 좋아하고 나서부터 자극을 받아 건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PT를 끊질 않나, 피부 관리를 하질 않나, 옷을 사질 않나… 애들에게 투자하는 것보다 애들 핑계로 나에게 투자하는 돈이 더 많다.
결국 빈이 산하 좋아하는 것도 나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니 납득이 간다. 그러나 지출액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조금 감당하기 버겁다. 겨울 시즌이라고 새 옷 사, 피부 관리 한다고 돈 써, 몸보신 한다고 영양제 사, 운동한다고 돈 써… 그뿐이랴, 애들 굿즈 나왔다고 사, 행사 한다고 찾아다녀… 하다 보니 피곤하니 몸보신에 돈 더 써…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정신적으로는 즐거워서 도파민 분비가 계속되고 있다. 빈이 산하가 나와서 춤추고 웃고 떠드는 것도 좋은데 이로 인해서 나도 좀 더 외모를 가꾸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운동도 싫고 이런 데에 시간 쓰는 것도 아까워 죽겠지만 결과물이 보이니 또 꾸역꾸역 하게 된다. 뱃살에도 더 신경쓰게 되고, 조만간 춤도 배우고 싶어질 것 같다.
다시생각해 보면 얼굴에 뭐가 나는 것도 다 덕질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여기에 신경 쓰느라고 내 호르몬 발란스가 깨졌거나, 아니면 무리하게 피부 관리를 해서 피지선을 건드렸거나. 다 너네 때문이다 빈이야, 산하야. 그럼에도 전보다 나아진 나 같아서 난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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