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고 기다려서 호적매이트를 봤다. 중간에 일한다고 한눈 팔다 앞부분은 날렸다. 빈이와 수아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한 만남이 어색하고 중간에 낀 산하도 뻘쭘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럼에도 원래 교류가 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줄 정도로 충분히 어색해서 오히려 자연스러웠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같이 식사하면서 수아가 오빠 힘들 때 얘기할 때와 자기 힘들 때 얘기하면서 우는데 같이 울어버렸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감정을 어느 정도 숨겨야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동생에게 적극적으로 지지의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너 하고 싶은 걸 하라’라고 말한 오빠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같은 길을 먼저 간 오빠에게 외롭고 힘들 때 형제로서 선배로서 의지하고 싶어 찾는 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쓰다보니 쓸데없이 또 목이 메이네.

퇴근길에는 대박쇼를 봤다. 빈이 산하가 나오는 줄 몰랐는데 유튜브는 고맙게도 메인 첫 화면에 떡하고 올려 줬다. 텐션과 편안함, 재미는 역시 엠제이와 진진이 나올 때보다 못했지만 의외의 사실을 알아냈다. 산하가 빈이는 자기에게 장난을 잘 치지 않는다는 거다. 형들이 있을 때는 장난도 치고 텐션도 올라가는데 둘이 있을 때는 조용하다고 했다. 어리광처럼 형들에게 더 의지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빈이 수이 산하 중 빈이가 제일 형이지만 여전히 셋 다 아직 20대다. 빈이가 말한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다는 걸 셋 다 잘 터득한 것 같다. 그래서 잘 컸다고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아직은 누군가에게 애 취급 받아도 되고 어리광 피워도 되는 나이인데, 대학생이면 아직 부모님 용돈 받아가면서 졸업준비 취업 준비, 빈이는 이제 막 사회 생활 시작할 나이인데 그보다 7-8년은 더 빠르게 17-19살부터 꿈을 좇다가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자니 마음이 아팠다. 형들 보면 장난 치고 싶고 웃는데 동생 앞에서는 형 노릇 오빠 노릇 하는 건지 아스트로 때 알던 것보다 과묵해지는 빈이가 짠하다. 막내였던 수아가 팀에서 맏언니 노릇한다는 것도 짠하다. 산하도 아픈데도 자기를 걱정하는 로하들을 위해 프메를 하고 소통하는 게 (내용보니까 소통을 즐기긴 하더라) 뭔가 짠했다. 형들을 의지하는 모습도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어떤 의미로는 그런 모습을 보여줌으로 형들을 더욱 붇돋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감정을 일부라도 책임져야 하는 관계는 참 깊은 관계다. 가족과 친구, 동료는 물론이고 아이돌과 팬들 사이의 감정도 그렇기에 참 깊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행동에 상대방이 일희일비 하는 것은 쌍방향이다. 팬들은 아티스트의 활동을 보고, 아티스트는 팬들의 반응을 보고 직간접적으로 감정을 나눈다.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의 지지를 보고 힘을 얻길 바라고, 아티스트는 활동과 작품을 통해 팬들이 즐겨주길 바란다. 그러나 그 감정의 크기는 아티스트가 받는 것이 훨씬 크다. 그만큼 부담도 크겠지.
….
이렇게 쓰다보니 이것이야말로 과몰입이 아니고 무엇인가 싶네.
여하튼 다들 잘 컸다 잘 컸어.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