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흥분하고 분개할 지언정 일상이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어떤 감정에 빠져 하루종일 그 감정에 휩싸여 있다. 과거 내가 겪었던 삶의 고단함, 고난을 다시 간접 경험하는 일이 있었다. 그 경험은 내 깊숙히 묻어뒀던 무거운 우울을 다시 끄집어내고 매몰되게 했다. 이유없이 울고 싶고 어디든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그 감정의 원인은 빈이와 수아가 나오는 호적메이트였다. 안다. 그렇게까지 어색한 사이 아니고, 그렇게 눈물 나게 수아가 오빠만 찾지 않는 나름 어른스럽고 단단한 친구라는 걸, 어느 정도는 과장된 감정이라는 거. 하지만 그 원천은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울컥하고 울 정도로 외롭고, 빠르게 철들어야 하는 무게감에 짓눌려 각자도생처럼 자랐어야 하는 남매의 성장기는 변함없겠지. 용진건강원에서 빈이는 수아가 한림예고로 전학/졸업했다는 것도 몰라 당황했다.
예전에 라키 생일 영상에서 동생이 라키에게 편지를 쓴 적 있다. 혼자 훌쩍 어른이 되어 저만치 앞서가는 형을 보며 거리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형의 책임감도 공감하는 동생의 심정이었다. 참 아련한 감정이었다.
동떨어지는 느낌, 혼자인 것, 외롭고 막막함. 20대에 겪을 만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 경험이 내 과거에 너무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그래서 남의 비슷한 경험에도 내가 아프고 우울해진다. 공감하면서 순간 그때의 나로 돌아가 그 감정을 재경험한다. 그리고 다시 상처를 받는다. 분명 그저 성장통일 뿐인데…
얘네들도 그런 아픔을 겪을까? 시간이 지나면 그저 한때 힘들었던 좋은 추억으로, 자양분으로 남을까? 어떻든 간에 계속해서 성장하고 단단해져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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