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빈이야, 네 덕에 진짜 행복해.
이틀, 아니 사흘에 걸쳐 빈이 생일 카페를 돌았다. 로하들이 하는 거 다 해 보고 싶었고 빈이 생일 어떻게든 나도 함께 즐겨보고 싶었다. 생일 카페도 네컷 사진도 상영회도 너무 즐거웠다. 비록 목적이 전도되어 빈이 생일 축하보다는 내가 이런 걸 즐기고 돌아다닌다는 생각에 더 신났다.
한 군데씩 드나들 때마다 희열이 느껴졌다. 팬들의 문빈 사랑이 느껴지고 이렇게 정성 들여 그의 행적을 기리고 축하해 주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 끼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재밌어 하는 나도 좋았다. 특전이라는 것도 배우고 편의점 택배도 받아 보고, 종이컵 용도도 알고, 럭키드로도 해 보고, 네컷 사진 찍으며 대학생 이후로 해 보지 않던 포즈잡기도 해 봤다. 생각보다 잘 나오고 어린 팬들이 큰 위화감 없이 말도 걸어 주고 잘 해 준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아, 관심사가 같으면 이렇게 쉽게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구나.
할미 로하라서 모르는 것도 많고 뻘짓도 많았는데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다. 덕분에 현생 무너지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책하고 다시 아스트로 영상 찾아보는 게 일이긴 하지만. 전에 말한 젊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 들면서 셀카도 잘 찍지 않고 화장도 잘 하지 않고 옷도 평이하게 입는데, 지금도 그렇게 화려하진 않아도 좀 더 깔끔하게 입고 화장도 조금 하고 때로 셀카도 찍는다. 확실히 꾸미면 나도 내가 예뻐 보인다.
무리해서 투어를 하다 보니 순간순간 찾아오는 현타는 외면할 수 없었다. 내 나이에 뭐 하는 거지? 내가 왜 빈이가 알아주지도 않을 덕질에 이렇게 열심인 거지?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얻는 게 뭐야? 나 어차피 굿즈 깥은 거 좋아하지도 않잖아. 왜 혼자 이렇게 오버하는 거지? 갈 때마다 얻는 희열과 해소감 위에 아직도 덕질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온다. 유사 연애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교감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도 뭔가 허전하고 허망하다. 가장 큰 허망함은 내 현생이 뒤죽박죽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싶은 게 아니었아. 그저 귀엽고 예뻐서, 꺄륵거리는 게 좋아서 빠진 건데 내가 왜 이렇게 몸이 힘들고 마음이 공허해야 할까.
왜냐하면 여전히 난 현실을 직시하기 때문이다. 더 가까워 질 수 없는 관계에 좌절하기 때문이다. 더 젊어질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내가 힘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 있는 사람 때문에 내 현생이 무너진다는 사실에도 좌절한다. 내가 신화 좋아할 때도 이렇지 않았다는게 진심이다. 그 때는 현생을 구분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어떤 의미로는 그저 유튜브에서 영상이나 찾아보던 때가 좋았떤 거 같다. 그 정도의 팬덤이 내 마음에 가장 적절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럼에도 지금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팬싸 후기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내가 있다. 연예인 좋아하는 게 왜 이리 질풍노도 같냐.
아래는 생카 투어 이후 감상을 다시 갈무리한 거다. 조금 더 정제된 내 감정인 것 같아서. 자꾸 “너의 뒤에서”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하는 건 이번 주 토요일이 마지막일 거야… 그리고 팬콘…
늙은이 오늘 약 먹고 잘 거야.
그리고 생일 라이브 해 줘서 고마우이.
오늘 염색한 거니?
딸기 거꾸로 박아서 고맙고,
미역국 맛있게 먹고 이에 미역 붙여줘서 고마워.
덕분에 박장대소했네.
그리고 “이빨”이라고 안 그래서 고마워. (이빨「명사」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전 출판 편집자는 이런 거에 민감하단다.
하지만, 뭔가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 내년에는 이렇게까지 투어를 하진 않을 것 같다
빈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늙어서도 아니라… 의미를 잘 모르겠어서 그래. 올해는 남들 하는 거 다 따라하고 같이 즐겨보자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게 과연 함께 즐기는 건가 싶더라고. 난 지금은 hype에 다 따라 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오늘까지 합쳐서 총 11군데 다닌 걸 생각하니까, 여기서 내게 진짜 남는 게 뭘까 싶다.
하반기에 이 카페 투어를 떠올리면 아마 특전과 전시된 사진들보다는 25년만에 해 보는 포토이즘인지 뭐시기인지랑 동행자 만나서 빈이 얘기 한 걸 가장 많이 기억하지 않을까. 결국 난 이런 이벤트보다 아스트로와 빈이와 관련한 뭔가를 했다는 것과 빈이가 좋다는 얘기 할 핑곗거리를 찾고 싶었고 듯하다. 소정의 목적은 달성했다.
여하튼 빈아, 늙은이는 이번에 최선을 다했다.
네 덕에 진짜 즐거웠고.
진짜 생일 축하해. 🙂
Happy belated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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