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이걸 쓰려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려고 한다.

-층수따라 바늘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어디 가서 무엇을 했는지 모를 때는 영수증을 보는 게 최고다.

날씨 예보에서 이날은 매우 춥고 비가 올 거라고 했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호텔 프론트에서 우산을 빌렸다. 친절한 일본 직원이 우산을 빌려주면서 오늘 눈도 올 거라고 말했다. 놀라웠다. 그리고 절망적이었다. 나 옷 되게 얇게 입고 왔는데, 어떡하지?😩
그럼에도 아침에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고 싶어서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브런치집을 찾았다. 호텔이 알려준 곳은 Eggs ‘n Things라는 곳이었다.
어영부영 찾아가 보니 줄이 상당했다. 첫날부터 음식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맞은편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지금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네?



꽤 인기 있는 브런치집이었는지 들어가 보니 일본 여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기서 프리오슈 프렌치토스트와 그릴 닭고기 세트를 시켜 먹었다. 프렌치토스트는 약간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닭고기는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시킨 그릴 치킨은 참 부드럽고 맛있었는데, 껍질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 내가 아무리 굽네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꼬릿한 냄새가 나는 닭 껍질은 오랜만에 먹어 봤다.
그래도 왔으니 배부르게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왜냐하면 닭고기가 맛있긴 했으니까.
오후엔 챗GPT가 알려준 일정대로 움직이기 위해 신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너무 추운 거야. 그래서 가는 길에 유니클로에 들러 속바지를 사기로 했다. 처음에는 얇은 히트텍을 사려고 했는데, 반바지 형태의 히트텍이 없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에어리즘으로 샀는데, 그것만 샀어도 다행이었다. 일단 허벅지와 엉덩이를 가려주니까 냉기를 품은 바지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이 훨씬 덜했다. 덕분에 감기 걸리지 않고 잘 다닐 수 있었다.


신국립미술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깝지 않았다. 그래도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갔다. 가는 길에 한 아주머니 무리가 웅성거리길래 보니 벚꽃이 핀 나무가 있었다. 모두 거기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쿄는 서울보다 봄이 일찍 오나 보다. 솔직히 일본 미술에는 딱히 관심 없었고, 현대카드에서 바우처를 주길래 가 본 건데, 웃기게도 특별 전시가 없다고 해서 입장은 무료라고 했다.
딱히 설명을 듣지 않고 그냥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식 메시지가 가득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림도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어쩌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작품이 이어지는 테마 없이 각자 개성이 강했다.
외국인들이 은근히 많았다. 이런 일본스러운 작품에 독특함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2층부터는 서예 작품 전시였다. 수천 점을 전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예 외에도 도장도 전시하고 있었다. 힘들었던 부분은, 내가 알던 그런 서예가 아니라 엄청난 흘림체였다는 점이다. 히라가나도, 한자도 전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막 써 놓았다. 이런 스타일의 예술은 처음 보는 거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내용은 읽을 수 없어도 붓이 움직이는 방향과 먹물이 번지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예술 작품과는 어울리지 않게, 귀에는 아스트로 노래를 꽂고 다녔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 쓸쓸했다. 알면서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내가 참 싫다. 이틀 후엔 예쁜 진우를 볼 텐데…


전시는 생각보다 너무 방대해서 금방 질려버렸고, 다음으로 시부야 타워레코드에 가기로 했다. 시부야역이 바로 츠타야와 이어져 있어서, 지하에서 올라오면서 일본 아이돌 덕질의 현장을 생생하게 구경했다. 트래비스 재팬 신곡이 나왔나 보다. 그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크게 나니와단시 멤버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타워레코드에서 K-POP 코너를 둘러봤다. 아쉽게도 아스트로 앨범은 몇 장 없었고, 그마저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앨범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Winter Story 스페셜 앨범이 눈에 띄었다. 이건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던 앨범이었다. 아싸, 득템!

시부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급격하게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쉴까 고민하다가 츠타야 서점에 있는 쉐어 라운지로 향했다. 하지만 공사로 인해 현대카드 바우처 사용이 월요일부터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였다.







너무 피곤한 관계로 다른 곳을 찾지 못하고 1시간 이용권을 구매했다. 커피를 마시며 타워레코드에서 산 앨범을 뜯어봤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진우 포카와 산하 포카가 나와서 반가웠다.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보니 참 앳되고 어렸다.
이후 호텔로 돌아왔다. 시부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호텔에서 쉬는 동안 친구가 호텔 근처 모츠나베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뒤늦게 일본 덕질 여행을 결심한 친구에게, 이왕 호텔 침대가 두 개니 몸만 와서 자고 가라고 했기 때문에 저녁을 쏘기로 했다. 물론 미리 알아본 곳은 아니고, 자기 덕질하려고 돌아다니다가 호텔 근처에서 팬시해 보이는 곳이라 정했다 ㅋㅋㅋ



나는 중간에 호텔로 들어와 쉬었지만, 친구는 이날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덕질한다고 비 오는 거리를 싸돌아다니다 초췌해진 모습으로 식당에서 만났다. 그래서인지 국물 요리를 고른 것이 특히 더 만족스러웠다. 현지인들이 주로 오는 곳 같았는데, 다행히 메뉴는 영어, 한국어 다 있었다. 그러나 뭘 골라야 할지 몰라 일단 무조건 비싼 걸 시켰다. (내가 내는 거 아니니께…) 그랬더니 양이 너무 많았던… 😁
















우당탕탕 예절샷도 찍고, 소 볼살, 우설, 곱창 초무침, 천엽 반찬, 곱창 전골을 먹고 마지막에 짬뽕면까지 넣어 먹으니 배가 엄청 불렀다. 물론 나는 그냥 배부른 정도였지만, 친구는 소화가 좀 힘들었나 보다.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 모든 요리를 2시간 넘게 먹었다. 7:30에 예약해서 10시 가까이 돼서야 호텔로 돌아왔으니…
웃긴 거. 모츠 나베 나와서 각자 자기 앞의 건더기만 건져 먹었더니 나는 야채만, 친구는 모츠만 먹고 서로 “왜 곱창이(야채가) 없지?”하고 한 냄비를 비웠다. 추가로 더 나올 때에서야 나베가 섞이지 않은 걸 깨닫고 추가 메뉴 받길 잘했다고 생각함 ㅋㅋㅋㅋ (배는 불렀지만)
16살 때부터 알아온 세월 동안 미국에서 서로의 집이나 기숙사에서 종종 놀러 가서 지내기도 했지만, 함께 여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구는 특히 친구와의 여행, 자유부인 여행이 8년 만이라고 한다. 그동안 같이 여행 가자고 계획을 세운 적도 많았지만, 서로의 사정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이 나이에 각자 아이돌 덕질하러 해외여행을 오다니. 서로 킬킬대며 웃었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친구가 내 미니 마사지건에 감탄하며 다리를 풀었다. 나도 나지만, 친구는 25,000보 넘게 걸었다고 한다. 난 14,000보 정도밖에 안 걸었는데. 얘 참 대단하다.
아무튼 이렇게 둘째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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