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자궁근종 진던 이후 제진하러 왔다.
진료실 들어가자마자 앉기도 전에 의사는 생리 얘기부터 했다. 8월 29일에 시작해서 여드레 하고 끝났고, 27일 만이었다. 그 전이 8월 2일, 그 전이 7월 12일.
8월 29일 시작 / 27일 주기 / 8일
임상 등록 조건이 25~38일이라 이게 제일 걸렸는데 일단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17일, 21일로 널뛰던 게 마침 이 타이밍에 얌전해진 거다.
난소 기능은 당연히 좀 떨어져 있다고 했다. 항암을 6번 했고, 유방암에 쓰는 항암제가 여성호르몬 쪽을 건드리는 계열이라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이까지 이 정도면 원래 난소 기능이 좋았던 편인 것 같다고, 항암을 아주 많이 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수치를 따로 불러주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항암할 때 주사 맞지 않으셨냐고 물어서, 맞긴 맞았는데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고 면역력 증강 주사라고만 알고 2~3주에 한 번씩 맞으러 다녔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게 생리를 안 하게 하는 주사였을 거라고 한다. 유방 쪽에서 가끔 쓴다고.
일기장을 찾아봐도 면역력 주사라고밖에 안 써 있다. 부작용으로 생리를 안 할 수 있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은데, 생리를 일부러 멈추는 주사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은 없다. 지난 글에서 약명 좀 적어둘 걸 그랬다고 썼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스물아홉 서른 언저리의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맞고 다녔구나 싶다.
임상을 선택한 이유
유방암 병력이 있으니 호르몬제를 못 넣는다. 미레나도 안 되고, 생리량이나 혹을 줄이는 흔한 옵션이 나한테는 대부분 막혀 있다. 그래서 비호르몬성으로 가야 하는데 마침 임상이 열려 있으니 그걸로 하자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받을 치료를 임상약으로 받으면 약값도 안 들고 관리도 더 꼼꼼히 된다고.
의사는 린자골릭스는 외국에서는 이미 먹는 약으로 팔리고 있는데 국내에는 임상을 해야만 식약처가 통과를 시켜준다고 하면서, 마운자로랑 위고비도 외국에는 경구약이 나와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임상 중이라는 얘기를 했다. 불필요한 절차라는 말투였다.
약이 하는 일은 혹을 줄이는 거다. 혹 때문에 생리량이 늘어난 거니까 혹을 줄이면 양도 줄어든다는 것이고, 투약이 끝나면 생리는 다시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양 자체가 줄어드니 그 기간을 앞당겨 놓는 셈이라고 했다. 투약하는 동안에도 초음파로 계속 본다.
이번 임상은 린자골릭스와 류프로렐린을 비교하는 연구다. 둘 다 결국 같은 일을 한다. 근종은 에스트로겐을 먹고 자라니까, 뇌에서 난소로 가는 신호를 끊어서 에스트로겐을 떨어뜨리고 근종을 굶긴다. 방식이 정반대일 뿐이다.
류프로렐린은 주사다. 수용체를 계속 자극해서 지치게 만드는 쪽이라, 처음 1~2주는 오히려 호르몬이 확 올라갔다가 그다음에 꺼진다. 초반에 출혈이 더 심해질 수 있는 게 이것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맞고, 한 번 들어가면 한 달간 회수가 안 된다. 근종을 줄이는 효과는 확실해서 13주에 부피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연구가 있다. 대신 끊으면 마지막 주사 한 달쯤 뒤부터 다시 커지기 시작한다.
린자골릭스는 먹는 약이다. 수용체를 곧바로 막는 쪽이라 초반에 치솟는 구간이 없고, 끊으면 회복도 빠르다. 유럽에서는 2022년부터 팔리고 있고 국내에는 아직 없다. 용량이 두 갈래인데, 낮은 쪽은 부분적으로만 억제해서 오래 쓸 수 있고, 높은 쪽은 근종 부피를 줄이는 목적의 단기 용법이다. 근종이 40% 넘게 줄었다는 결과는 높은 용량에서 나왔다.
선생님이 이걸 “비호르몬”이라고 부른 게 처음엔 이상했다. 호르몬을 건드리는 약인데 왜 비호르몬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미레나나 피임약처럼 에스트로겐을 몸에 넣는 게 아니라, 내 난소가 만드는 호르몬을 끄는 쪽이라는 뜻이었다. 유방암 병력에서 문제가 되는 건 넣는 쪽이니까 방향이 반대인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쓸 수 있다.
대신 에스트로겐을 떨어뜨리는 약이라 골밀도가 깎인다. 그래서 보통 6개월 제한을 두고, 골소실을 막으려고 호르몬을 소량 다시 넣어주는 요법을 같이 쓰기도 한다. 그런데 그 보조 요법이 하필 내가 피해야 하는 그 호르몬이다. 이 부분은 21일에 확인해 봐야 한다.
연구원 면담
진료 끝나고 연구원을 만났다. 지난번에 동생이랑 같이 와서 설명은 이미 다 들었고 동의서도 읽어놨다.
방문 일정이 문제다.
- 1차: 동의서 쓰고 질초음파, 피검사, 소변검사, 임신검사, 심전도. 설문 앱 깔고 교육까지.
- 2차: 아침에 검사하고 결과 나오는 데 2시간, 1시 반쯤 투약. 오전에 왔다가 오후에 또 와야 한다.
- 3차: 오전 피검사, 1시 반 투약, 그러고 3시간 이내에 다시 와서 심전도.
세 번째 방문까지는 많이 힘들 거라고 했다. 집은 걸어갈 거리라 괜찮은데 회사가 문제다.
오늘 동의서 쓰고 건상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금식을 안 해서 안 된단다. 내일도, 다음 주 수요일도 내가 안 되고, 28일은 추석 끝나고인데 그때쯤이면 또 생리를 할 것 같다. 남는 건 21일 월요일 오전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월요일은 외래가 오후에만 있다고 해서, 오전에 되는 교수님이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 주기로 했다. 집에 와서 확정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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